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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진 Nov 12. 2020

대코로나시대의 하루 12

장난1급 자격증보유자들과의 저녁



대체로 수현이와 도현이는 참 자주 싸우는 편이지만 둘이서 의기투합해서 깔깔거리며 노는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보면 꼭 공동의 적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엄마를 상대로 도망치거나

엄마를 상대로 장난을 걸거나

엄마를 괴롭혀서 이놈 소리를 나오게 만들거나 ...

... 그럴 때 참 행복해합니다.


요즘은 형아와도 죽이 잘 맞아서 잘 놉니다.

자주 하는 게임으로는 좀비게임인데 (게임 이름은 제가 멋대로 정했음)

형아가 도망가고 아기들은 좀비처럼 잡으러 다니는 겁니다. 깔깔거리면서.

잡히면 맞거나 물립니다-_- 아직 본능이 억제되지 않아 흥분하면 이빨 나가는게 딱 좀빕니다.

형아 입장에서도 잡히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도망가기 때문에 참 격렬하고 신나는 게임이죠.

이럴 때 보면 둘이 죽이 착착 맞죠. 공동의 적 형아가 있으니까.


제일 신나 할 때는 현욱이까지 셋이 엄마를 골려먹으려는 작전을 짤 때입니다.

그렇게 행복해할 수가 없어요.

잔뜩 어질러놓고 언제 엄마가 이놈할까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리는 겁대가리 없는 놈들을 보면 참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난감합니다.

이건 엄마의 일을 늘리는 행위니까 혼을 내야 할까,

그런데 너무 잘 놀고 즐거워하는 걸 보니 나도 좋은데 그냥 넘어갈까.

아니면 같이 어울려 이놈이놈 하며 쫓아다니며 장난질에 동참할까.


주로 하는 짓은 장난감 상자를 다 쏟아놓고 상자로 장난치거나

의자를 끌고 다니며 높은 곳에 있는 걸 만지거나

이불장의 이불을 모두 꺼내놓고 안에 숨거나

집안에서 킥보드와 자전거를 끌고 다니거나

로션을 잔뜩 짜서 이불과 옷에 온통 바르거나

올라가지 말라는 곳에 올라가서 뛰어내리기 놀이를 하거나

레고를 쏟아놓고 던지기 놀이를 하거나 -_- 아 이건 다시 생각해도 뒷골이 -_-

레고는 사면 안 됩니다 여러분. 레고는 안 되요.


뭐여튼, 훈육을 하긴 해야죠. 애들을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근데 솔직히 어떤 짓을 하며 놀든, 사이좋게 놀기만 하면 일단 흐뭇해요.

너무 간절해서 그런가봐요. 매일 제발 싸우지마라 싸우지마라 사이좋은 형제로 자라라 제발제발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니.


정말로, 정말로 서로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사이좋은 형제로 크면 좋겠습니다.

그걸 위해 제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어렵습니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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