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희 마리아 Aug 23. 2024

베르나르 베르베르,『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을 읽었다. 들고 나오는 책마다 허를 찌르는 베르베르의 책들은 언제나 기대하며 기다리게 한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은 2019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다. 베르베르가 1996년에 출간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서술 방법을 차용하여 쓴 고양이 백과사전이다.

이 책이 출간되고 2년 뒤인 2021년 여름, 베르베르와 함께 살면서 30권에 달하는 베르베르의 저술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던 암고양이 도미노가 스물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에는 2022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워낙 유명한 소설가이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로 소개하기로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Bernard Werber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글을 발표해 오다가 1991년 소설 『개미』를 선보이며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다. 이후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나는 모험 『파피용』,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 세상을 본 『고양이』,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그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3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책 앞표지 날개 부분 인용)


이 책을 책 뒤표지에서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세계 속으로 고양이가 들어왔다!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고양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중세 시대에 고양이가 마녀의 부하라는 소문이 퍼진 이유는? 스파이로 활동한 고양이가 있었다고? 고양이에 얽힌 숨겨진 옛이야기부터 말랑말랑한 발바닥 패드가 점프할 때 어떤 역할을 하는지까지, 신비롭고도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세계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눈으로 탐험해 보자!

 


이 책의 출간 동기를 번역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20대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건 바로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글을 쓰는 전업 작가가 되는 것. 베르베르는 『개미』로 소설가 데뷔를 하고 얼마 전까지 도미노라는 암고양이가 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30권이 넘는 책을 내 그 꿈을 이뤘다. 그런 고양이를 향한 집사 베르베르의 애정이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에 가득 담겨 있다.  259쪽.    

 이 책의 가상 화자인 피타고라스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제 이름은 피타고라스입니다. 실험용 고양이 사육장에서 태어난 샴고양이죠. 실험실 고양이들은 오직 인간의 과학실험에 쓰이기 위해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게 우리의 운명이에요. 7쪽.

피타고라스는 이 책의 저술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고양이라는 종이 보유한 지식을 집대성해 만든 것으로, 저는 우리 선조들의 역사부터 시작해 고양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수록했습니다. 이 소중한 지식의 보고가 안전하게 보관만 된다면 우리 세대가 죽은 뒤에라도 자손들이 발견해 읽을 수 있을 테니 우리의 기억은 불멸성을 획득하게 될 것입니다. 15쪽.

또한, 피타고라스는 고양이인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책을 저술하였는가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사전을 쓰기 위해 저는 오랜 시간 제3의 눈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수집했고 커서를 움직여 가상의 키보드 위에 글자를 찍어 나갔어요.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가 모여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고, 단락이 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죠.15쪽.

이렇게 시작된 이 책의 내용은 흥미롭고 신기하고 애정에 가득 찬 시선으로 고양이에 관한 지식들을 제공한다.

큰 고양이들을 인간은 사자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사자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예전만큼 숫자가 많지는 않다. 작은 고양이들은 몸집이 사자의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지능은 더 높았다. 작은 인간들과 작은 고양이들은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그러니까 인간이 농업을 발견할 때까지 나란히 진화를 계속했다. 농업은 식물을 길러 수확하는 일을 말한다. 인간들이 곡식을 저장하기 시작하자 쥐가 들끓었고, 당연히 고양이가 필요해졌다. 고양이가 있어야 식량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인간들은 고양이를 대접해 주었다. 이렇듯 인간은 필요에 의해 고양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고양이는 인간을 잘 살 수 있게 도와주었다. 24쪽.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이 시대부터 고양이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되찾았다. 기독교인들이 마침내 파문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고양이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고양이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것이다. 61쪽.

고양이는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야 과학자와 예술가에게 진지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69쪽.      

이즈음부터 고양이는 과학 실험에 사용되기 시작한다. 과학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학문을 말한다. 정치는 법률을 만들고 종교는 하늘에서 세상을 지켜본다는 상상 속 수염 달린 거인의 뜻에 순종하지만 과학은 선입견 없이 진리를 추구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인지 과학자들은 고양이를 통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장 먼저 천착했다. 70쪽.

또,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단초 제공해 주기도 다.

 위대한 과학자들 중에 아이작 뉴턴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1666년은 제3차 페스트가 영국의 수도인 런던에 창궐할 때였다. 감염병을 피해 런던을 떠나 울즈소프에 머물던 뉴턴이 어느 날 오후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는데, 그가 키우던 암고양이 매리언이 나뭇가지에서 놀다가 그의 위로 떨어졌다. 깜짝 놀라 잠이 깬 뉴턴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무에 있던 매리언은 내 위로 떨어지는데 왜 달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지?> 이를 통해 그는 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인 중력의 법칙을 추론해 냈다. 훗날, 역시 애묘가였던 프랑스 작가 볼테르는 고양이를 사과로 바꿔서 뉴턴의 얘기를 사람들에게 전했다. 과학적 영감을 준 매리언이 고마웠던 뉴턴은 집 현관문 아래쪽에 네모난 구멍을 내서 고양이가 마음대로 드나들게 해줬다. 현대 물리학의 창시자인 뉴턴은 주로 집안에 머물게 된 고양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고양이 출입구의 발명자이기도 했다. 훗날 또 다른 과학자인 니콜라 테슬라도 고양이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아들이 고양이 마체크를 쓰다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둠 속에서 작은 불꽃이 이는 걸 보고 정전기 현상을 발견했다. 70쪽.

인간을 관찰하는 재미있는 고양이의 시선도 있다.

 인간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그들의 행동에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인간이 우는 걸 보면 우리는 당연히 배가 고파 그러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렸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인다. 상실감과 그리움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털실 뭉치를 조몰락거리는 걸 보면 우리는 당연히 장난을 치는 줄 안다. 한데 그의 머릿속에는 따뜻한 옷을 떠서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인간이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당연히 화를 내는 줄 안다. 하지만 그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그러는 것이다. 자기가 큰 소리로 말하면 상대방이 더 큰 소리로 잘 들리게 말해 주리라 기대해서 하는 행동이다. 인간이 음식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당연히 우리를 싫어해서 그러는 줄 안다. 하지만 인간의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의도가 들어 있다. 자신의 고양이가 비만해질 것을 염려해 건강을 위해 식사량을 조절해 주려는 것이다. 이렇듯 고양이와 인간은 자신의 몸을 인식하는 방법도, 세계를 지각하는 방법도 전혀 다르다. 이제 여러분은 그동안 잘 몰랐던 고양이라는 동물의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89쪽.   

마지막으로 인간의 훈육에 길들이지 않는  고양이의 고고함을 베르베르는 이렇게 표현한다. 역시 베르베르라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백과사전의 모델이 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집필한 에드몽 웰즈 교수는 고양이라는 동물을 가장 완벽히 이해한 인간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명언으로 맺음말을 대신합니다.      

개는 백스무 가지 인간의 어휘와 행동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 개는 열까지 셀 줄 알고 더하기나 빼기 같은 간단한 셈도 할 수 있다. 다섯 살짜리 인간 아이와 맞먹는 사고 능력을 지닌 셈이다. 반면 고양이는 숫자를 세거나 특정한 말에 반응하거나 인간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게 가르치려 들면 즉시 쓸데없는 짓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의사 표시를 한다. 인간으로 치면.... 쉰 살 성인과 맞먹는 사고 능력을 지닌 셈이다. 257쪽.
이전 09화 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