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과 비범

by 선희 마리아
평범한 회사원? 그런 인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김영하 에세이 『여행의 이유』 중.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는 책이다.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04.15.

평범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그 사람 어때? "이런 질문을 받거나 할 때,

" 평범한 사람이야." 하는 대답을 듣는다면 우리는 순간적으로 안도하거나 실망한다.


왜 그럴까. 기대가 깨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대하기 쉽겠다는 생각에서 일까.


내킨 김에 사전을 찾아본다.

평범平凡하다 :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네이버 국어사전>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의 평범의 범위를 가장 크게 잡는다면 인간이라는 범주일 것이다. 이것도 내킨 김에 사전을 찾아본다.

인간 人間 :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네이버 국어사전>

평범을 세분하여 들어가면 평범은 없다. 모두가 비범하고 유일하다.

커다란 범주 안에서, 멀리서 바라볼 때에는
평범한 사람, 평범한 일, 평범한 환경이라고 아우를 수 있겠지만, 미시적인 관점으로 현미경을 들이대면 평범한 건 하나도 없다.

"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하여 생생한 캐릭터로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각각 개별적으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 그 사람의 개별성, 그 사람의 유일성을 찾아 그 비범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개인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의 삶을 인정한다면 지금과 같은 전쟁, 폭력, 차별, 질시, 모욕 등이 행해질 수 있을까.

군인 몇 명이 죽었다. 한 마을이 폭격을 당했다가 아니라, 어디에 사는 누구네 집의 몇째 아들, 어떤 아들이었고 어떤 사람이었고 결혼은 했는지 자식은 있는지 등을 알고 그 아들 누구의 죽음임을 알린다면 평범하게 그냥 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의 가치를 개별적으로 생각해 볼 때이다.
평범 속에 감춰진 고유하고 유일한 비범함에 눈길을 돌려야 할 때이다.


우리는 한 공장에서 기계적 공정으로 일련번호를 달고 줄지어 찍혀 나온 존재는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우리는 숨을 쉬는 생명 아닌가.

오랜만에 김춘수의 <꽃>을 읽는다. 여러 의미에서 명시임을 새삼 깨닫는다.


김 춘 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전 24화좋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