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니까
엄마에게는 나름의 법칙 또는 규칙이 있다.
#1.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는 쓰는 것 포함해서 여분까지 모두 3개 있어야 한다는 것.
(난감한 상황을 막아야지;;)
#2.
겨울에는 외출하려면 입마개(방한용 마스크)와 목도리(머플러), 장갑까지 풀 장착해야 한다는 것.
(나갈 준비, 하려면 제대로!)
#3.
하품할 때는 반드시 입을 가리고 할 것.
(속 보인다)
#4.
외출할 때는 가급적 화장을 하도록 할 것.
(여자와 집은 가꿀 탓이다)
#5.
먼저 인사할 것.
(알아야 인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동네 사니까, 이웃이니까 인사하는 거다)
비단 이것 뿐만은 아니지만, 나는 엄마의 다섯번 째 규칙(?)이 참 좋다.
우리 동네 국제학교가 있고 그 학교 외국인 교사와 가족들만 사는 맨션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동네를 오갈 때 외국인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엄마는 아는 사이도 아닌데 동네에서 마주치고 지나칠 때면 꼭 웃으며 먼저 인사하신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그럼 열에 아홉이나 열은 친근하게 인사를 받아주신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외국인 맨션 앞을 지나며 하시는 말씀이, 엄마가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엄마는 왜 인사를 해요??
아는 사이도 아닌데...
이웃이잖아.
우문현답이라고 했던가?
아는 사이에서의 인사치레나 예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웃으로써도 충분한 관계가 이뤄진다는 건 간과했던 것 같다.
알아야 인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이웃이니까 인사하는거야.
그래야 더 잘 알아갈 수 있어.
하루 종일 앉아있어도 아무도 인사를 건내지 않는 핑크공주 할머니(핑크색을 좋아하시는지 한 철 내내 핑크 옷을 입으셔서 부르게 됨)께 먼저 인사 나누고 손 잡아 드리고 안부 묻기를 하시니 이제는 할머니께서 저 멀리서부터 손 짓하며 반갑게 알아봐주신다.
저 처자는 참으로 이뻐.
어떻게나 이쁜지 말로 할 수가 없어.
그 처자가 울 엄마에요.
나의 자랑, 나의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