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성일기

만원어치 형통한 은혜

영성일기

by Sunny Day

토요일 동생집에 갔다가 하룻밤을 자고

그 근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아주 크고 오래되고 유명한 감리교회였는데

전에도 한 번 가본 적이 있었다.


시골 외갓댁에 갔을 때

낯선 마을에 교회를 다니러 가듯 그런 마음으로

약간은 낯설지만 기대감을 가지고

예배를 드리러 갔다.




내 왼쪽 옆으로 권사님 연배로 보이는

나이 지긋하신 여자분이 앉으셨고

그 옆으로는 덩치도 얼굴도 똑같은

장성한 아들이 앉았다.


곧 예배가 시작하고 찬양, 기도시간을 지나

설교시간이 되었다.

목사님께서 한참 목소리를 높이시는데

내 옆 여성도님께서는

주섬주섬 가방을 뒤적거리시더니

알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무신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기침이 나기도 하고

졸음도 쫓는다 생각하며 그럴 수 있지 했는데,

곧 사탕 포장했던 비닐 껍데기를

주먹 쥔 손 아래 감춰 안보이게 하더니

장의자 아래로 손이 내려간다.

금새 손이 올라왔는데 사탕 껍데기는 없어졌다.


마술같았다.
바닥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보기 전까지는...


마음이 불편했다.

예배중에 얘기도 할 수 없고

고개숙여 줍기도 어려웠다.

예배에 집중해야지 하며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앞만 보고 있는데

이내 바스락거리며 헌금 봉투를 꺼내

기도제목을 써내려가신다.


건강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가 하는 일에 형통함을 주시옵소서.


그리고는 이름과 속회, 연락처에 날짜까지

꼼꼼히 쓰시더니 휴대폰 케이스에 접어넣어둔

지폐 묶음을 꺼내 그 중 만원짜리 하나를 빼내고

나머지는 다시 그대로 접어 다시 넣어놓으신다.


감사헌금봉투에 넣고

다시 봉투에 만원이라 쓰시더니

성경책 오른쪽 옆에 놓으신다.

잠시 후 봉투에 금액이 적힌 부분위에

휴대폰을 올리셨다.


그 이후에도 사탕을 하나 더 까 드시고

사탕 껍데기는 슬그머니 내려놓으셨다.




마음이 씁쓸했다.


예배에 오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마음과 태도이겠구나 싶기도 했다.

자기의 안위와 편리는 지키고 유지하고

보장받고 싶지만, 지켜야 할 것을 위해서는

조금도 불편함을 감수할 마음이 없는 것인가.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만은

하나님의 형통함을 구하는 모습은

어쩐지 무척 어색했다.


값싼 은혜


만원을 내고 '나에게만 부으시는

하나님의 형통한 은혜'를 구하는 그리스도인.


목사님은 종교개혁 이야기를 하셨다.

거짓된 믿음으로 자신의 죄를 가리우는

면죄부를 돈을 주고 샀던 이들,

구원도 사고 파는 장사꾼의 모양새를 하며

대가없는 은혜를 싸구려 만든 이들.




오백년 전 그들처럼 값 없이 거저 주신 은혜를

싸구려 만원짜리 면죄부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를 겸비해야겠다.


나의 기준으로 형통함을 구하지 말자.

나의 열심과 헌신, 그 무엇이 하나님의 은혜와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하나님의 선하심과 신실하심은 나의 상황과 관계없이 영원하시다.

그저 그 분의 선하신 계획에 나를 온전히 맡기는 믿음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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