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 우리가 여호와께 범죄하였습니다.
<삼상7:5-6>
그 때 사무엘이 그들에게 이스라엘 백성 여러분, 모두 미스바로 모이십시오. 내가 여러분을 위해 여호와께 기도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미스바에 모여서 물을 길어 여호와 앞에 붓고 온종일 금식하며 "우리가 여호와께 범죄하였습니다"하고 자기들의 죄를 고백하였다. 그리고 사무엘은 그 곳 미스바에서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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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큐티시간에 사무엘의 기도를 묵상하며, 우리는 어떤 기도를 드려야 할까 생각해보았다. 미투(#metoo)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듣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롭고 즐거운 소식보다는 우울하고 한숨나는 충격적인 소식들뿐이다. 피해자로 고통받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고 자기의 얼굴과 신상을 드러내놓아야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강자의 세상이다.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심층취재하며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그나마 좀 괜찮았던 언론 보도에서조차 피해자를 추긍하는 태도를 보니, 단독보도 혹은 Breaking News꺼리를 기대한 것인가 싶어 보여서 앵커의 인터뷰 내내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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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예뻐하고 아끼는 해피존 졸업생들을 만났다. 청소년 센터에서 아주 건강하고 멋지게 자란 아이들을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하고 괜히 든든해진다. 함께 밥을 먹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 가는 아이들의 좌충우돌 사회생활 이야기가 진지하다. 무엇을 해도 재밌고 호기로운 시도와 의욕이 넘칠 스물하고도 두 살, 네 살, 일곱 살 정도인데, 말하는 톤이 밝지 않았다.
단순히 힘들다가 아니라, 이런 줄 몰랐다였다. 어른들의 세계를 접한 초기 입문자로써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업무방식과 의사결정,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이 보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어른들의 문화, 그리고 건강하지 못한 관계들...그런 게 보인단다. 그리고 싫다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왠지 씁쓸하고 왠지 마음이 짠한 것이, 그 동안 어른된 한 사람으로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희망을 가져라, 꿈을 키워라 이야기했던 시간들이 무색해졌다. 어른들의 세계, 건강하지 못한 그 이면을 경험한 청년들이 익숙해지고 무뎌져서 저들도 그런 색깔로 물들까 걱정스럽다. 걱정을 사서 하나 싶을 정도로 이들의 앞날과 다음 세대의 오늘에 관심 많은 한 사람으로 실력이나 성실함, 꾸준함과 정직으로가 아닌 줄서기, 좋은 배경, 학교 간판과 아버지의 직업, 그리고 외모 같은 것이 사회생활의 근간으로 삼는 작자들이 있다는 것은 영원히 몰랐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어쩌면 미스바에 모여 우리의 허레허식에 찌든 옷을 찢으며 울며 금식하며 기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일상이라는 가장된 평화에 감춰졌던 헛된 욕망, 거짓된 관계는 십자가 아래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한숨지으며 '어쩌면 좋으냐, 큰일났네.' 하며 여유부릴 때가 아니란 말이다.
지금은 그런 때이다.
나의 문제, 너의 문제 가를 때가 아니고,
누군가의 슬픔과 아픔이 그들만의 것이 아닌 그런 때이다.
가슴을 치며 함께 울고, 슬피 우는 자들을 위로해야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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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내가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하여 주세요.
나와 가까운 사람의 문제와 상황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때로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고 서로 이름이나 얼굴을 모르는 사이여도
아픔을 겪는다는 소식에 잠시라도 기도하며
성령의 위로를 빌어줄 수 있는
긍휼함을 나에게 주세요.
서로에게 상처주고도 자신의 잘못을 미루고
뒤집어씌우기에만 급급했던
어리석고 완악한 우리에게 하나님의 교훈을 주세요.
남의 티는 보면서 나의 들보는 보지 못했던
내 모습을 다시 보며,
우리의 기도가 나에게만 아니라,
이름 모를 그들까지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미치기를 기도합니다.
상처입은 자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만져주시고
회복케 하여 주세요.
우리의 짧은 위로는 잠깐이지만 성령의 위로하심은 깊고 헤아림이 크시니
당신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으로
다시 힘을 얻게 하여 주세요.
예수 그리스도 보혈의 능력으로 우리를 덮으시고 생명의 빛을 다시 찾게 하여 주세요.
약한 자의 위로가 되시고, 넘어진 자를 일으키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