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더부살이 식구들

인생의 시월호에 함께 오르며...

by Sunny Day



창성2호였다..원래 이름은.



욕심이 너무 큰 이름 이야. 뱃사람들 욕심이 너무 충만해. 개명 신청을 했지.
여유있는 이름으로 바꿨어. 세월호.


근데 지금 생각하니 잘못 지은것 같애.
차라리 구월호, 시월호 정도로 할걸...
인생의 마지막 즈음, 시월호라고 불리면
여유있고 좋잖아.


낡고 오래된 목선 한 척이 전부인
선장의 호기로운 뱃머리 철학이다.


좋다.



배가너무 크지 않아서 좋다.
넘칠 만큼 담기에는어려우니 좋다.

선장이 게을러 좋다.
넘실대는 저 푸른 생선밭에 매일 발담그기 어려워서 좋다.


그저 나 먹고 아랫 집 아흔한살 할매 먹을거, 동네 하나뿐인 구멍가게 슈퍼댁 나눠 줄 정도면 족하다.


바람이 한이 없고 안개와 먹구름이 잔뜩이면

물질이나 낚시질이나 하루 건너띄면 그만이다.

광에 넣어둔 말린 미역 몇가닥 끊어다가 미역국 해 먹든지, 물에 불려들기름 넣고 들들들 볶아먹든지


좋다.



어미 고양이 까망이가 새끼를 4마리나 낳아서 더부살이를 한다.

터줏대감은 원래 키우던 삽살개와 진돗개인지 똥개인지 헷갈리는 개 두마리다.

원래 식구 아침, 저녁 끼니 챙겨주는 것도 일인데, 애기 낳은 애미랑 줄줄이 딸린 식구 넷을 걷어맥이기 벅차다.


물질해온 생선 중에 팔기 뭐한 걸 골라서 지져먹으려고 부뚜막에 올려두었는데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객식구들 차지가 되었다.


고양이 손에 생선 맡긴 격이다


이럴 때 쓰는 게 이것인가?


입에 대보지도 않고 홀라당 객식구가 꿀꺽했으니 얄밉기도 해서,

조금도 빠르지도 않은 마른 장작같은 할머니 팔로 휘이휘이~ 저으며 저리로 쫓아낸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돼지고기를 썰어담았다. 오늘 저녁은 고깃국이다. 울릉도에서만 난다는 푸른 잎으로는 데쳐서 간장과 기름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냈다.

고기에 물 붓고 한소큼 끓여내고 간을 하기 전 절반 넘게 뚝 떼어 양은 대접에 덜어놓는다. 터줏대감 둘과 객식구 넷의 몫이다.


니들도 오늘은 고깃국이다.


갓 지은 밥을 손도 안대고 고슬고슬한 흰밥을 퍼서 뜨끈한 고깃국에 말아준다.


잘들 먹나 들여다 보고 부엌에 들어와보니 객식구들이 또 사고를 쳤다. 내일 아침 먹을 고깃국 대접까지 깨끗하게 비워냈다.


아이고, 이것들아. 낼 아침 맥이려고 한 걸 그새 먹냐, 그새 먹어?


그냥 가거라, 어이 가거라, 늙은 할매가 건사 못하니 어디 좋은데 가서 잘 살아라, 니 애기들 데리고 가란 말이다.


또 마른 장작이 휘어이휘어이 부채질을 하듯 이쪽저쪽 휘두르니 어디 갔는지 금새 도망쳤다. 가란 소리는 진심인가?




아흔 할매가 조반 먹으러 부엌에 갔드니 어젯 밤 먹으라고 남은 고깃국물에 밥 말아놓은 밥 그릇에 밥이 그대로다.

불기만 하고 전혀 먹은 흔적이 없다. 어디 숨어있나 아궁이도 들여다보고, 뒤곁 광주리 아래나 지붕위에 무성한 텃밭에도 한참을 돌아보지만 객식구가 보이지 않는다.


야아~오옹~~~


생전 부를 것 같지 않던 야옹이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불편한 다리를 질질 한참을 끌고 다녀보지만, 소득이 없다.


가버렸네, 가라고 했다고 갔네.....와라, 다시 와라


그냥 해본 소리인데 볼멘소리 좀 했다고 진짜 나가버린 게 참 서운하다. 들어올 때고 나갈 때고 예고도 없고 끼니라도 챙겨주어 고마웠다고 한 마디 인사도 없었다.


식구라 생각했는데... 있을 때는 귀찮고 성가셔도, 없으니 눈에 밟혀 아른거린다.




출처: 인간극장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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