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안녕] #2
동네 골목을 다니면 폐지 할머니, 폐지 할아버지와 종종 마주친다. 어르신들은 바퀴달린 장바구니나 접이식 카트를 끌고 다니시면서 집마다 내놓은 택배 상자, 팔아서 돈이 될만한 재활용품을 걷어 가신다.
동생 집에 갔다가 나오는데, 엄마는 집 안에 있는 재활용품을 정리해서 챙겨 나오셨다. 집 앞에 내놓으셔도 되는데 굳이 바리바리 싸 들고 오시길래, 엄마는 그걸 번거롭게 집에까지 가져가실 생각이냐고 투덜거렸다. 매주 목요일마다 우리 동네 큰 놀이터 입구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데, 가져다주면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한 장씩 받을 수 있었다. 혹시 그거 한 장 받자고 귀찮고 무겁고 성가시게 상자와 재활용품을 몇십 분 들고 가시나 싶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절반쯤 걸어왔을 때, 엄마는 도로변 정육점 쪽으로 성큼 걸어가시더니 한쪽 구석에 세워놓은 손수레 가림막을 익숙하게 젖히고 상자와 재활용품을 손수레 안에 넣어놓고 오셨다.
말씀하시지. 난 또…….
폐지 할머니를 위해 엄마는 폐지와 재활용품을 모아 보태드리고 때때로 좋은 먹거리도 나눈다. 정육점 사장님은 가게 앞 한쪽 구석을 손수레를 세워둘 폐지 정거장 자리로 남겨 두고, 동네 방앗간 떡볶이집 주인아저씨는 여름이면 시원한 커피를 대접하곤 한다. 길을 건너 오르막길을 걸어 집으로 올라가며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해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자청하는 마음씀
내 손에 있는 것도 누군가를 위해 흔쾌히 나눌 수 있는 넉넉함
내 것이지만 내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 삶
아직은 비좁은 내 마음자리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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