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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Day Jan 27. 2023

시간을 거슬러

[매일안녕] #3

페이스북에 알림이 떴길래 습관처럼 열어보았다. 친절한 페북이 지나간 추억을 다시 불러일으켜주었다. 작년 오늘부터 무려 10년 전 오늘의 모습까지, 나의 기록을 더듬어주었다. 작년의 나는 책을 정리하다가 엄마가 1년 전쯤 넣어두신 은행잎을 발견했고 엄마와 이북식 만두도 빚었다. 2년전에는 속상하고 허한 마음을 달래려고 흔치 않게 꽃을 조금 샀었다. 6년전 나는 인천의 청소년들과 선생님들이 손수 만든 수제청과 향초를 선물받고 고마워했다. 8년전 나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였고 서울 송파의 올림픽 파크텔에서 백여명의 아이들과 연합캠프를 하며 즐거워했다. 9년 전에는 지하철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주무시는 스포츠 머리의 할아버지에게 내 왼쪽 어깨를 내어드리며 그의 고단함이 풀어지기를 기도했다. 10년 전에는 송파에서 용산까지, 다양한 출퇴근길 황금노선을 완성해보겠다고 엉뚱한 선언을 해보기도 했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기억을 연장시키고 추억을 되새기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푸념과 감상같은 토막 글에 남긴 사람들의 반응을 다시 보며, 때가 지나며 나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도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나간 10년간 줄곧 함께 해온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 연락도 끊기고 기억도 희미해진 사람들도 있었다. 9년전에는 매일 얼굴보던 사이였지만 지금은 1년에 한번 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한 때는 추억속에 그리움으로 남아있던 이가 더 이상 그립지 않기도 했다. 그럴 수 있지 싶다가 씁쓸한 마음도 한켠에 자리 잡았다. 나 역시 누군가의 기억속에는 희미하게 남겨 있지만 오래 남기고 싶은 추억속에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나간 시간에 큰 후회나 원망은 남아있지 않다. 다행이다. 그 날의 나는 그 하루로 충분했으니까. 


시간을 거슬러, 당신의 10년 전 오늘은 안녕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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