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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Day Oct 20. 2023

기대로 여름 더위를 넘겨요

[매일안녕]

엄마와 사진관에 다녀왔다. 엄마의 첫 번재 해외여행을 준비하며 여권용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집에서 찍고 인쇄를 하면 훨씬 저렴하고 마음에 들게 할 자신이 있었지만, 제대로 준비하는 기분을 내보시라고 동네 사진관을 찾았다. 오후에는 다시 비가 온다는 예보를 떠올리며 점심식사 때가 오기 전에 서둘렀다. 


여지껏 가까운 동남아라도 엄마 모시고 가족여행으로 다녀오고 싶어 여러 번 권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한국도 다 돌아보지 못했는데 무슨 해외여행이냐며 너희들끼리 재밌게 다녀오라고 말문을 막으시곤 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오사카 여행을 가게 되었으니 동생과 나도 어리둥절하다. 아마도 우리가 함께 봉사자로 섬기고 있는 교회의 장애인 공동체에서 어느 선생님이 청년 둘을 데리고 오사카 여행을 다녀오셨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장애인 청년들을 보며 엄마 본인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내신 것 같다. 게다가 내년에는 가족이 모두 성지순례를 다녀오자고도 하셨다. 


70년 초부터 시작해서 52년동안 은평구 지역에서 사진관을 운영하셨다는 사진사 할아버지는 흰 머리가 성성하셨지만 허리와 등을 펴고 앉는 자세는 꽤 좋고 건강해 보이셨다. 서오릉 가는 길도 없고 비가 오면 붕어를 쫓아 수국사까지 뛰어다녔다며 은평구의 옛 모습을 빛 바랜 사진처럼 추억하며 이야기해주셨다. 펑 소리가 나는 조명을 터뜨리며 심혈을 기울여 사진을 찍고 나서는 디지털화된 사진관 환경에 적응하시느라 포토샵을 열어 사진을 편집하셨다. 왕년에 포토샵 좀 만졌던지라 손가락이 움찔거렸지만 다행히 버릇없이 나서지는 않았다. 사진관 입구에 써있는 10분 보다는 더 걸렸지만 엄마가 마음에 든다고 하시니 다행이었다. 


고독한 미식가를 보며 맛있어 보였던 6센치 두께의 돈카츠와 딸들이 오사카여행에서 먹었다던 시장통 초밥도 먹을 거라며, 엄마는 벌써부터 기대감이 크시다. 언제부턴가 더위에 쉽게 지치는 엄마가 이번 여름에는 그 기대감으로 편하게 지나가시기를 딸들도 기대해본다. 



곽진언 -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
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 했지
우리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그날의 노래는 우리 귀에 아직 아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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