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헤매더라도 다시 걸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by Sunny Day

오일간의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월요일.


뉴스를 보자고 틀어놓은 티비에서는 연신 '일상으로 돌아가는 월요일 아침'을 외치고 있었다.


엄마는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하시고, 여동생도 드디어 긴 게으름을 깨우는 큰 기지개를 하며 일어나 출근준비에 왔다갔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모두들 휴가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에 분주한 중에 나 혼자 정해놓고 갈 곳이 없다고 느껴지니 땅 위에서 얼마간 붕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난 뭐해야 하나?'


일주일 가까이 되는 연휴동안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합체된 로보트 같았다가, 이제 갈 길 간다고 뿔뿔이 흩어지니 나사빠진 팔이나 다리마냥 쓸모없어지는 느낌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걷자!'


길 위에 서서, 걸으며, 꽃과 나무를 보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땀흘리며 얻은 유익이 컸으니 걷자고, 다시 걷자고 하는 마음가짐이 아주 생뚱맞은 것은 아니었다.

'오늘 하루를 기쁘게, 살맛나는 하루로 지어보자.'



가족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나도 갈 길을 정하고 나니 발걸음이 덩달아 빨라진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지만 걷기로 한 내 속의 약속을 생각하며 마음이 설레였다. 집안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런닝화와 운동복에 모자까지 챙겨입었다. 점심으로 먹을 방울토마토 10개와 포도 몇 알, 고구마 반쪽에 생수 한병까지 든든히 챙기고 나니 혹시 생길 여유에 대비하여 편히 읽을 책도 하나 냉큼 집어들고 배낭에 채웠다.


고구마를 삶다가 냄비를 홀라당 태워버렸지만.....


집 앞을 나서자마자 골목 위로 보이는 하늘은 정말 나오기 잘했다 싶을만큼 푸르렀다.



집에서 약 이십분 정도 걷다보면 서울둘레길 3구간을 만나게 되는데 이전까지는 워밍업이고, 둘레길 구간부터는 본격적인 걷기의 시작이다.

길은 움직인다.

걸으며 내가 움직이고, 내가 걷는 그 길을 따라 구름이 움직인다.

개와 고양이, 나비에 벌까지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천지다. 눈 앞에 풍경이 바뀌고 오색찬란한 빛과 색이 눈앞에서 끊임없이 출렁인다.

길은 호흡한다.

온갖 살아 숨쉬는 것들이 움직이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여있다가 자연과 가까이 마주하다보면 그저 길가에 피는 작은 꽃 한송이일뿐인데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다.



하늘과 물,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구분할 수 없고, 어느 한 쪽에 거울을 깔아놓은 것 같다.


온갖 꽃과 풀은 이보다 더 선명한 색이 없을만큼 자기 색을 확실히 드러내놓고 있으니 벌과 나비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부지런히 걷다 꽃을 보고 멈춰섰다를 다시 걷다를 반복하며 가다보면 사람들을 만난다. 걷거나 자전거로 달리거나, 혼자 걷거나, 산책을 나왔거나, 운동을 하거나, 깊은 생각을 하거나 하는 사람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걷는다.



그렇게 오늘도 일상이 시작된다.


다시 걷는다.

나도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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