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선생님께도 대나무숲이 필요해

대나무 오브제 2.

by 재서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감기 독감 장염 할 것 없이 유행병이 도는 요즘이네요. 별고 없으신가요.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잘 살고 있었어요. 하루하루를 재밌게, 유의미하게 보내왔답니다. 그래서인지 한 달이 꽤 길게 느껴졌어요.


아버님 돌아가시고 어머님과 합가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이번 달 취침 전에 복용하면 생각을 줄여주고 숙면을 취하는 약을 먹고 생활해 보니 약의 도움은 확실히 되는 것 같습니다. ADHD처럼 느껴질 정도로 부산했던 행동과 집중에 방해되는 끼어드는 잡생각들이 많이 진정된 것 같아요.


저는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늘 제게 맞는 주사약 처방해 주시고, 진료해 주시고, 간호사 분들도 따로 주사약제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시는 번거로움이 있으실 텐데 늘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고 주사도 아프지 않게 놓아주시니 참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실은 오늘 병원 내원에 남편이 함께 와서 몇 가지 여쭤보려 했으나, 뭐 별건 아니고요. 대신 전해드리자면 남편 역시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혹시나 선생님께서 병원장을 은퇴하실 경우에 저는 어디서 주사를 맞으면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주사 놔준다고 이야기했어요. 꽤 오래전 이야기긴 한데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시절, 주치의 선생님(그때 담당의 선생님이 선생님 맞으시죠?!)도 퇴원하고부터도 너무너무 뵙고 싶더라고요! 혹시 어디 계셨는지 아신다면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돌봐주셔서 감사하다 인사라도 하고 싶어서요. 편지라도요!


제게는 선생님 진료실이 대나무숲 같아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하고 외치고 싶었는데 참다 참다못해 끝끝내 대나무숲에 가서 시원하게 발설해 버렸죠. 그 뒤로는 대나무 숲에 바람이 일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메아리치는 음성이 들린다고요.


바쁜 현대사회에서 내 건강 챙기며 사는 것도 사치 같기는 해요.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사는 것만은 다행이랄까, 어쩌면 미치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조금이나마 나를 돌보며 살아야 함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자기 앞의 생을 살아가는 자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늘 아픈 이들 진료하시고 치료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신 선생님께서는 언제 건강을 신경 쓰시고 몸과 마음을 돌보시는지 오지랖 같기도 하지만 궁금하긴 하네요. 왜냐면 저를 담당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이시기에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합니다!


선생님께도 필요하실 것 같아 대나무숲을 선물로 드립니다. 요즘은 반려식물이 대세지요. 반려식물로 개운죽 어떠세요? 대나무숲에 개운하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친 사람처럼 마음속 시끄러움 들을 시원히 털어버리시길 바라며... 또한 선생님을 찾아오는, 대나무숲을 찾는 이들, 아픈 환우분들이 선생님께 더욱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진료실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