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후반에 여름휴가를 잡아 놓고서는 매일 날씨를 체크했다. 휴가 전 주만 해도 서울에 큰 비가 내려 혹여나 비 오는 휴가를 맞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오동도와 고소동 벽화마을은 비가 오는 날을 위해 잡아둔 관광코스였다. 야외활동이지만, 걷기가 어려운 코스는 아니기에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걸을 요량으로 정한 코스다. 다행히 여행 내내 날씨가 정말 좋아서 쨍쨍한 여수를 즐길 수 있었다. 게장거리에서 게장정식을 먹고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오동도로 향했다. 오동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오동도로 들어가는 방파제 길을 따라 걸었다. 입구에서 섬까지 들어가는 동백열차가 있었는데, 날이 너무 좋아 방파제 너머 여수 풍경을 감상하며 걸어가기로 했다. 오동도 근처에 여수 신항이 있어서 바다 위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작은 요트부터 멀리 정박해 있는 대형 선박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방파제 길을 따라 오동도 입구까지는 10여분이 걸렸다. 짧은 시간인데도 날이 정말 쨍쨍해서 걷는 내내 땀이 났지만 감내할만한 풍경이었다.
정말 더웠는데, 오동도에 들어서니 신기하게도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야말로 자연풍을 만끽하며 더위를 식혔다. 오동도는 완만한 구릉성 산지여서 가벼운 산책코스로 좋다. 섬에 동백나무가 정말 많았는데, 겨울에 동백꽃 필 무렵에 오면 더 예쁠 것 같다. 오동도의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군데군데 암석해안을 만나는데, 푸른 바다와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아래 사진은 용굴로 내려가는 길이다. 처음 암석해안 풍경을 마주하고 입이 떡 벌어졌는데, 오동도 안 곳곳에서 이런 암석해안 풍경을 자주 마주하다 보니 나중엔 좀 식상하게 느껴졌다. 해안절경도 구경하고 나무 숲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어슬렁어슬렁 걷다 보니 오동도 휴게식당이 나왔다. 아무리 더워도 뜨아파인데, 이날은 많이 더워 아아를 사 먹었다.ㅎㅎ
오동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소동 벽화마을이 있다. 2009년 도심 활성화를 위해 고소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성된 관광명소이다. 언덕에 위치한 고소동 골목골목마다 총 7개의 테마로 나뉘어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사실 국내 어느 여행지에 가나 벽화마을 하나쯤은 있기에 고소동 벽화마을이 대단히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10여 년 전쯤 대한민국 최초의 벽화마을인 통영의 동피랑 마을에 갔을 때, 그 아이디어와 독특한 풍경에 감탄했는데, 동피랑 마을 성공 이후 2000년대 들어 지방 곳곳에 벽화마을이 우후죽순 생겼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획일화된 벽화마을들이 여기저기 생기면서 벽화마을에 대한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 게다 벽화마을 유행과 함께 생긴 오버투어리즘의 문제 또한 벽화마을 관광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벽화마을은 지방의 작은 마을이나 도시의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조성되었는데,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으로 인해 주민들의 삶이 침해받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이 늘 있어왔다. 그리고 지역 관광화를 통해 주민들이 혜택을 보기보다는 외부인들의 상업활동으로 인해 주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고소동도 굉장히 조용했다.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벽화들과는 상반되게 폐가이거나 노후된 주거지들이 많아 둘러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동 벽화마을을 지나가는 길이라면 들려보길 추천하는데, 이유는 고소동에서 바라보는 여수 풍경이 끝내주기 때문이다. 고소동은 언덕에 위치한 여수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부락으로 돌산대교와 거북선 대교 그리고 케이블카가 한눈에 들어오는 여수 풍경을 볼 수 있다. 벽화마을은 꼭 안 둘러봐도 되지만, 고소동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여수 풍경은 한 번쯤 감상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