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있었던 일주일을 영상으로 남겨봤다. 일별로 남겨볼까 하다가 테마별로 각색해 봤다.
라 스칼라와 <세비야의 이발사>
지난 밀라노 여행은 갑자기 가게 된 여행이라 뭐든 미리 준비할 새가 없었다. 그래서 여행 컨셉도 쉬다 오자였다. (물론 그런 거 치고는 라 스칼라 홈페이지를 너무 매일 들어가긴 했다..ㅋㅋ) 내가 밀라노에 방문하는 시기에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공연 예정이었다. 정말 너무너무 보고 싶었지만, 어느 정도 좋은 좌석들은 모두 매진이었다. 공연 상연이 2주도 안 남았으니 어찌보다 당연한 일이다. 안 좋은 좌석이라도 예약하려 애 썼지만, 왜인지 온라인에서 예약이 안 돼서 결국 포기하고 밀라노로 떠났다. 밀라노에 도착한 날, 집에서 스칼라 극장이 멀지 않아 정말 그냥 아무 기대 없이 티켓박스에 들렸는데, 세상에 취소표가 있을 줄이야! 게다가 1층 박스석이라니.. 고민할 새가 없이 바로 티켓팅을 했다. 예정에 없던 관람이라 세비야의 이발사 벼락치기를 하느라 조금 피곤했지만, 눈과 귀가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못 봤으면 정말 어쩔 뻔..) 먼저 라 스칼라의 웅장함에 한 번 놀라고, 이태리 사람들의 오페라 사랑에 두 번 놀라고, 로시니 흥과 유머에 놀랐다. 더 놀란 건 주연인 피가로가 한국인 박성환 성악가였다는 점. 바야흐로 K컬처의 시대라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ㅎㅎ 로시니 작품 특유의 발랄함과 유쾌함 덕분에 보는 내내 즐거웠다.
https://youtu.be/33Jvl0tbGsQ?si=M_dZABWTrle6w3jA
밀라노의 미술관
밀라노하면 산타마리아 성당의 식당 안에 있는 <최후의 만찬>인데.. 이 또한 예약을 못했다. 운이 좋으면 당일 취소표로 볼 수 있다는 정보를 봤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성공해도 성당 안에서 15분 밖에 못 머물고, 벽화 특징상 많이 훼손되어 있다는 얘기가 많아 과감히 포기했다. (하지만 봤다면 그 감동은 또 달랐겠지..ㅎ) 밀라노에는 정말 많은 미술관이 있다.. 다 가보고 싶었지만, 다 보기 위해 작품에 치이는 관람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골라 간 곳은 '브레라(Brera)'와 프라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폰다찌오네 프라다(Fondazion Prada)'였다. 브레라는 중세작품 비중이 많아서 조금 하품이 나올 뻔했으나, 재밌게 봤다. 모태신앙인지라 성경에 대한 베이스가 있어서 하품이 조금만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ㅋㅋ 그리고 프라다에서 운영하는 현대미술관 '폰다찌오네 프라다'는 정말 강추하는 곳이다. 밀라노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지만, 건물외관부터 화장실, 휴식공간, 표지판까지 '나는 현대미술이다' 외치는 미술관이다. 아쉬웠던 건 기획전시가 대부분 교체되는 시기라 기획전시는 많이 않았다. 하지만 토레(Torre) 건물의 상설전시만 본다 해도 충분히 가볼 만한 곳이다.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카스텐 휠러 등을 직접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즐거움은 영화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웨스 앤더슨이 디자인한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바 루체(Bar Luce)라는 카페인데,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다 보면 영화 속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https://youtu.be/JY8O601n-Ec?si=NrtkASStbMGOmx0T
밀라노에서 먹은 것들
20대 때만 해도 이태리 여행을 가면 파스타에 집착했다. 최고의 파스타를 맛보는 게 마치 여행의 목적인냥 파스타를 고집하고 다녔는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모르던 이태리의 부엌을 많이 만나고 왔다. 햄 하면 독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이탈리안 프로슈토의 진가를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발견은 바로 이탈리안 칵테일. 이탈리안 칵테일로는 아페롤이라고 들어만 봤지 평소에 먹어 본 적이 없었는데.. 식당 주인장 추천으로 네그로니를 마신 이후 매일같이 아마로 베이스의 칵테일을 마셔댔다. 아마로는 이탈리아 허브 주로 묽은 색에 쌉싸름한 맛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아페롤(Aperol), 아베르나(Averna), 캄파리(Campari), 치나(Cynar)가 있는데, 주로 식전주나 낮술로 많이들 마시는 것 같다. 술찔이인 나는 밤낮없이 마시며 매우 행복했다.
https://youtu.be/AZVfqiPD2Ro?si=WEKIPpkY7ItLjTpw
밀라노의 카페들
이태리 파스타처럼 나는 이태리 에스프레소에 집착했었다. 이태리 여행을 갈 때면 그 많은 아침잠까지도 줄여가며 꾸역꾸역 에스프레소를 마셔댔던 기억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의 감탄은 진심이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ㅋㅋ 그냥 이태리라는 브랜드 앞이라 나왔던 감탄은 아니었을까. 이번 여행에서 밀라노의 카페들이 나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인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ㅎㅎ 맛이 없었다는 건 아니고.. 맛있었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맛있는 커피가 많아서인지 큰 감동을 받지 못했다. 동네만 나가도 박수 칠만큼 맛있는 커피집들이 많기 때문에.. 아니면 내 커피취향이 바뀐 걸 수도 있겠다. 요즘은 필터커피나 핸드드립, 고소한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더 찾게 된다. 전에는 여행하면 뭐는 꼭보고, 뭐는 꼭 먹어야 한다는 게 잇었는데, 요즘은 그게 뭐가 중요하냐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다 먹고 보고 즐겨도 내가 아니면 아닌 거지. 이태리에 가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도 내가 즐겁고 인상 깊었다면 그게 의미 있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커피 맛과는 별개로 나의 여행메이트 덕분에 늘 커피 마시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 여행메이트였던 동생은 이태리까지 와서도 아아를 고집했다..ㅋㅋ 더운 날씨 탓에 포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그나마 밀라노는 큰 도시여서 아아 수급에 큰 문제가 없었다. 10년 전만 해도 유럽은 아이스커피를 달라고 하면,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을 올려다 주던 곳이었는데.. 이제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면, 얼음이 담긴 커피가 나온다..ㅋㅋ 에스프레소와 노멀커피만 고집하던 그들도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아아의 매력을 알아버렸나 보다. 사실 밀라노에서는 아아 수급이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교외지역으로 나가니 가끔 역경에 부딪힐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동생의 아아사랑은 꺾이지 않았다. 온천에 가던 날 이른 새벽, 시골 기차역 매점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이태리 아저씨들 사이로 아이스큐브를 부탁하여 아아를 쟁취하던 동생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ㅋㅋㅋㅋ (덕분에 나도 잘 마심)
https://youtu.be/rlr60ZgcZ9E?si=CWAczKBOUuYtd8R3
여행기를 정리하다 5년 전 그리스로마 여행영상을 찾았다(알고 보니 나는 뼛속부터 유투브였던 것인가..ㅋㅋ). 그때 한참 리코 gr2 색감에 빠져서 사진이고 동영상이고 마구마구 찍고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지금 보면 상당히 부끄러워 못 참겠는 연출과 제목에 다소 움찔할 때가 있다..ㅋㅋ 오 년 후 이 많은 글들과 영상 또한 나를 놀라게 하겠지..
18'06 로마여행: 카마콤베와 수도교
https://youtu.be/sMkwoq3owIg?si=SrmfR_xBaMtzk8JZ
18'06 로마여행2
https://youtu.be/G1El2VkrZFs?si=M5fLARcpq5AD8_kO
18'06 로마에서 먹은 것들
https://youtu.be/LKjjEbLXUCY?si=OAHf0_beBExiGY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