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광식당과 궁전제과
주말에 대학원 친구의 결혼식이 광주에 있어 아침 일찍 대학원 베프들과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 친구가 결혼식을 광주에서 한다고 했을 때부터 베프1이 아주 강력 추천하며 링크를 보내온 곳이 있다. 바로 대광식당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서울행 기차를 타기 전 대광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왔다. 결혼식장에서 식사를 마친 지 2시간도 채 안 돼 방문해서 배가 불렀는데도 맛있었던 거 보면 엄청난 맛집이다.
대광식당은 광주 3대 육전 맛집 중 하나로, 1983년부터 육전을 전문으로 하는 육전명가다. 메뉴는 굉장히 심플하다. 한우로 만든 육전과 국내산 해산물로 만든 각종 전이 메인메뉴다. 매일 수급된 신선 재료로 요리를 해서, 그날그날 못 먹는 메뉴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오늘은 맛전이 안 됐다). 식사로는 된장찌개와 돌솥밥, 그리고 매생이 떡국이 있다.
전은 인분에 맞게 주문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육전 2인분과 대구전 1인분을 시켰다. 식전 애피타이저로 호박죽이 나오는데, 부드럽고 달달한 근본 호박죽 맛이다. 기본찬으로는 배추쌈, 백김치, 오이무침, 그리고 이 집에서 나의 원픽 반찬이 꼬시래기 피클이 나왔다.
대광식당의 하이라이트는 이모님이 테이블에서 직접 육전을 구워주신다는 것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밀가루와 계란을 슥슥 묻혀 육전을 구워주신다. 맛도 맛이지만 라이브 육전을 보는 재미도 있다. 눈앞에서 구워지는 걸 보면서 바로 먹으니까, 기분 탓인지 몰라도 훨씬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기본찬과 함께 육전에 곁들일 파채를 주시는데, 매콤 아삭하니 육전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소금만 살짝 찍어먹는 게 더 고소하고 육향이 은은하게 느껴져서 더 좋았다.
그리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꼬시래기 피클. 비트에 절인 꼬시래기라 색감이 핑크핑크한데, 육전 한입 먹고 꼬시래기 한입 먹으면, 새로운 버전의 '편육과 평냉' 느낌이 든다. 묘하게 중독적인 맛이었다.
육전을 미처 다 먹기 전 대구전이 시작됐다. 대구는 냉동 밖에 없다고 해서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이모님의 손맛 때문인지 부드럽고 담백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식사는 돌솥밥 하나와 매생이 떡국을 시켰다. 식사 기본찬으로 가지무침, 애호박나물, 멸치볶음, 김치가 나오는데, 반찬이 정말 다 맛있었다. 보통 전라도 음식은 맛있지만 짠데, 이 집은 전반적으로 간이 슴슴해서 완전 내 취저였다. 두부 송송 된장찌개도 따뜻한 마무리였다. 무엇보다도 매생이 떡국이 참 감동이었다. 떡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매생이 가득한 국물만으로도 감동적인 맛이었다..ㅎㅎ 장거리 여행과 결혼식 소셜에 심신이 조금 지쳐있었는데, 큰 위로를 받은 한상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광주의 스팟 ‘궁전제과’
광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대학원 베프2가 빵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궁전제과라는 광주의 성심당 같은 빵집이다. 광주 전역에 8개 지점이 있는데, 아쉽게도 결혼식장과 가까운 곳이 없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으니, 그나마 가까웠던 신세계백화점 입점 매장에 들렀다. 이 집의 시그니처는 하드롤을 계란사라다로 속을 채운 공룡알빵이라는데, 무더운 날씨에 상할까봐 사지 못했다.
공룡알빵 말고도 여러 베스트 메뉴들이 있었지만 나는 근본픽으로 단팥빵과 소보루빵만 10개 샀다. 서울에 도착해 본가와 교회친구에게 빵 나눔을 하고, 나도 맛을 봤다. 세상에 맛있다...! 단팥이 약간 달긴 했지만, 빵 반죽이 담백하고 고소해서 맛있었다. 야밤에 단팥과 소보루를 순삭하고 나니 갑자기 광주라는 도시가 엄청나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