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1)_몸보다 마음
아파도 곁에서 돌봐줄 사람 없는 비혼에게 <건강>의 소중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아경은 50대에 들어서면서 <건강>에 대해 더 신경 쓰게 되었다.
마냥 오래 산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사는 동안 아프지 않은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었다.
기분이 우울하면 몸도 따라서 아팠다.
이제 아경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폭력의 상처를 완전히 극복한 듯이 굴었지만, 그녀의 내면 어딘가는 망가져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은 회복될 수 없었다.
치유되지도 않았다.
한번 산산조각 난 유리구슬을 간신히 붙여 놓은 것과 같았다.
겨우 맞춘 부분은 깨진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고 어떤 부분은 조각들을 찾지 못해 패이기도 했다.
유리구슬에 아경 자신을 비춰보면 얼굴에 흉터 같은 균열이 보이고 움푹 파인 부분의 굴곡 때문에 왜곡되게 보이기도 했다.
아경의 눈에는 자신의 얼굴이 괴물처럼 보였고 때로는 아버지를 닮은 것처럼 보였다.
<융의 영혼의 지도>를 읽을 때 아경의 시선을 사로잡는 구절이 있었다.
"초기의 가족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콤플렉스는 정신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의해 형성된 콤플렉스는 개인적 무의식의 현장에서 여전히 지배적이다. 부모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인인 셈이다"
아경은 과거의 기억으로 벗어나려고 발부둥치는 것을 멈추었다.
대신 적극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경의 성격상 남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다.
아예 <라포>가 형성되기 어려웠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무력하게 맞아야만 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수치스러웠고, 마치 <약점>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기에 심한 거부감이 들었다.
결국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통한 치료는 단념했다.
<남들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그래서 아경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자 했다.
<도대체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그에 맞춰서 자가치료를 해 볼 요량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때는 다시 한번 상담사나 의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단히 깊이 있는 공부는 아니었다.
소소하게 필요한 것만.
사주팔자, 별자리, MBTI에 대하여 말이다.
그렇게 <자기 탐구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궁극적인 목표는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남은 생을 살아야만 한다면 그것을 잘 다루고 싶었다.
그리고 어두운 밤, 길을 잃지 않게 발 밑을 비추어 주는 달빛을 찾고 싶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주팔자를 보았을 것이다.
아경도 그랬다. 젊어서는 자신의 앞날을 알고 싶었다.
한 번은 동자신이 빙의한다는 이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3시간을 기다렸는데, 아경 또래의 성인 남자가 아기 같은 목소리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음 날, 생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서 당혹스러웠다. 아경은 좋지 않은 기(氣)를 가까이한 액땜이라 여기고 다시는 그 방면으로는 가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주로 명리학자를 찾아갔다.
그렇다고 명리학자들이 다 괜찮았냐? 그럴리가 없었다.
명리학자들의 실력도 천차만별이었다.
최악의 명리학자는 아경의 사주에 있는 신금(辛金)을 보고는 “미용사인가?”라는 헛소리를 했다.
그 순간 아경은 돈은 둘째치고 휴가를 내고 아침 일찍 가서 기다린 자신의 노고가 헛되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녀의 굳은 표정에 명리학자는 당황하면서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아경의 귀에는 그 사람의 모든 말들이 헛소리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