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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Feb 13. 2021

인문학의 힘 - 천권 읽기

천 권을 읽으면 인생이 보이고
만 권을 읽으면 인생을 달관하게 된다

- 나의 생각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라는 명나라 명필의 동기창의 <화지>에 나오는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는 책으로의 여행과 실제 체험을 통해 삶의 경지에 오르는 길을 설명하고 있다. 송나라 학자였던 소철이 말했다고도 하는데 동기창이 책에 기록하면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 독서모임에서 책 천권, 만권을 읽으면 인생의 변화가 생긴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린 시절 그림이 없는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곤 했다. 러시아, 프랑스 등의 소설을 읽을 때면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인물의 이름만도 열자가 넘어가는 이상한 발음 때문에 어렵기는 했지만 이 또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유년시절을 돌이켜 보니 대개 책 한 권을 최소 10~15번씩 읽었다. 뭐가 그렇게도 재미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기본 자정께 에 잠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책을 붙들고 있었던 덕분인데 지금 돌이켜 보면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했더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아마도 책을 천 권 정도 읽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덕분인지 중고교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다. 물론 성적은 다른 이야기다.


이십 대부터는 그다지 책을 열심히 읽지는 않았지만 평균 잡아 매년 이십 권에서 삼십 권 정도씩은 읽었던 것 같다. 좀 열심히 읽었던 해도 있고 덜 읽었던 해도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24년간 약 500권 정도의 책을 읽었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독서량이 약 1500권 정도라는 이야기인데, 어릴 때 읽었던 책을 제외하면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지인 중에서는 매년 독서량을 평균 200권 정도를 정해놓고 목표 달성 노트를 작성하는데 5년간 천 권을 훌쩍 뛰어넘어 읽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업무를 대할 때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원인을 끝까지 파악하고 앞뒤가 맞을 때까지 추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승진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언론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취재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이 독서량은 꽤 큰 힘이 되었다. 우선 기사나 단행본 교정교열을 할 때 눈으로 스캔해서 읽는 속도가 빠르고 정확한 편이었다. 지금이야 온라인 맞춤법 검사기가 잘 되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여러 명의 기자들이 교정지를 보며 최소 3교에서 5교까지 봐야 했다. 단행본을 볼 때도 책을 많이 읽은 덕분인지 부담스럽지 않게 여러 본 보는 것의 업무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과거 독서량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나는 책을 다독하기보다는 책을 깊이 있게 읽고 가능하면 스토리를 기억하고자 읽고, 리뷰를 쓰고, 토론하고, 지인에게 추천하고 있다. 독서를 단지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것의 수준이 아닌 나눔과 공감을 하며 가슴에 새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만권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동기창의 말처럼 가슴속 찌꺼기를 털어버리기 위한 행보로 책 읽기와 여행을 꾸준히 하다 보면 삶의 경지에 이를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화가에게는 여섯 가지 법식이 있으니
하나가 기운생동이라
기운이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것은 나면서부터 아는 것이라
자연스럽게 하늘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배움을 얻는 요처가 있으니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걸으며
가슴속에서 속세의 찌꺼기를 털어버리면
저절로 언덕과 구렁이 그 안에 지어지고
윤곽과 경계가 이루어져
손을 따라 그려나갈 수 있으니
모두 산수의 전신이 되는 것이다

-동기창(董其昌/明), <화지(畵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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