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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Feb 14. 2021

<빅 픽처>

그림자가 아닌 실체를 잃지 말라

더글라스 케네디의 첫 작품이자 작가의 이름을 순식간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로서의 삶은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지만 주인공 벤은 정작 자신의 꿈이었던 사진작가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싶어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의 외도 상대인 무명 사진작가 게리와의 관계를 우연히 목격하게 된 벤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완전범죄를 계획한다.


변호사로서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그의 캐릭터는 거의 감쪽같이 사건 현장을 마무리하고 자신이 게리가 되어 사진작가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게리를 대신한 삶 속에 사진작가로까지의 명성을 얻게 되지만 또다시 그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해지는데.


그는 그렇게 두 번의 신분 위조에 성공하지만 게리를 통해 맛본 사진작가로의 성공은 하늘 위의 구름처럼 잡히지 않는다.


실체와 실재라는 존재의 의미는 어디에서 있는 것일까. 예술가를 꿈꾸었던 이들이 대부분 사회적으로 성공과 출세를 하면서 취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하지만 이 만족감은 자신 스스로가 예술가가 되는 것만큼은 되지 않는다.


한 때 나도 사진작가를 꿈꾼 적이 있었고, <빅 픽처>에서 나오는 주인공 벤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나 예술가를 열망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면서 깨달았다. 그들과 나는 가진 모든 것을 바쳐 예술가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지인 중 모든 것을 바쳐 예술가로 거듭난 분들이 있다. 사진작가, 화가, 디자이너 등 예술가라고 불리는 분야인데 소위 배고프고 힘든 것을 이겨낸 후 경지에 올랐을 때 보이는 그 충만함은 나로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빅 픽처>는 사건 전개를 굉장히 내가 주인공이 된 듯이 빠른 스토리 전개와 단 한순간도 책을 손에서 떨어뜨리지 못하게 한다. 그 후 작가의 팬이 되어 여러 편을 읽었는데 <빅 픽처>의 스토리가 강렬한 덕분인지 나의 꿈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인지 그 작품을 넘는 책은 만나보지 못했다. 최근에 발표한 <오후의 이자벨>을 출시하자마자 구입했지만 아직 첫 장을 열지 못하고 있다. <빅 픽처>를 능가할 그의 작품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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