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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Jul 16. 2019

발칸반도와 첫사랑에 빠지다

유럽의 진주 크로아티아

유럽의 진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기대가 전혀 없었다거나 너무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은 퍽 다행이었다. 출국 전날까지 자정께 퇴근을 하고는 28인치 캐리어에 대략 삼일 치 옷을 쓸어 담고 나니 벌써 시계는 한시를 향하고 있었다.
새벽 네시 또는 늦어도 다섯 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불안하기는 했지만 잠을 안 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남자 친구의 라인 콜 덕분에 - 외국인 남자 친구를 둔 덕분에 라인 앱으로 통화를 하는데 전화 벨소리가 달라 항상 일어나게 된 건지 - 제시간에 일어났다.

보통은 여행이나 출장 전 최소한 국가정보나 간단한 생활표현은 배우고 떠나는데 이번엔 정말 그럴만한 짬이 없었다.

KLM-에어프랑스 공동운항 편이어서 몇 달 전 출장과 비슷하게 에어프랑스에 몸을 실었다.
"죄송합니다만 복도 쪽 자리는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24시간 전 얼리 체크인하는 사람이 늘어난 덕분인지 도심공항에서 세 시간 전 체크인은 이미 늦은 상태였다.

"화장실이 가까운 곳으로 주세요."
내가 원하는 가장 최적화된 요구조건이었다.

중년의 한국인 남녀분이 복도 쪽 자리와 중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커플은 아닌 듯했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직도 타인을 너무 빤히 쳐다본다는 것이다. 일부러 말 시키려고 하는 중년의 아저씨 성격도 보이고 그런 것이 아직도 우리나라 문화의 일부라는 것에 짜증이 난 상태였다.

제발 빤히 쳐다보지 말라고.

열두 시간 비행 예정이었던 것과 달리 두 시간 연착이 되었고 파리에서 자그레브로 향하는 연결 편은 기다려 줄 리 만무했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려던 계획은 다 제쳐두고 무조건 질주하기 시작했다.

Are you miss Choi?
네가 혹시 미스 초이??

그렇다. 내가 마지막 승객이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출국장에서 비행기까지 작은 봉고차를 타고 -다행히 십 대로 보이는 소녀 한 명도 더 탔다- 비행기로 향했다.

양쪽에 두 명씩 앉을 수 있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정도로 작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직 관광철이 아니기에 동양인이라고는 나 밖에 없었고 모두들 한 번씩 쳐다보기는 했지만 뚫러 지게 보지는 않았다.

Baggage belt
불행히 연착된 비행기 탓에 28인치 캐리어는 공항에 묶여 있었고 파리-자그레브 구간은 하루 한편 밖에 없어 하루를 꼬박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의 장이 한 개 밖에 남지 않았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결제를 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급이 낮은 모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조식 포함 하루 3만 원이 채 되지 않으니 유럽에서는 정말 싼 가격이다.

크로아티아의 슈퍼 KONZUM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고 여독을 풀었다.
침대 중앙이 꺼질 대로 꺼져 보기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았지만 피곤한 덕분인지 바로 곯아떨어졌다.

크로아티아
크로에이쉬아. 영어식 발음이 그렇다. 혼자 계속 한국식으로 크로아티아라고 읽어댔는데 도착하고 보니 혼자 틀리게 말하고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비즈니스
아드리아해 연안에 걸쳐 길게 펼쳐진 지형으로 섬은 아니지만 한국에 비해 넓은 반도 국가라고 보면 된다.

유고슬라비아 연방 지역 중에서 오스만튀르크 점령을 당했다 해방된 남쪽의 슬라비아 지역이다. 해변가 사람들의 특징인 웃음이 많고 밝고 쾌활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비즈니스 초반부터 비즈니스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개인사를 더 많이 언급하거나 개인적으로 친분 쌓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한 번은 참가 부스 중 대표 한 명이 우리 부스에 방문해서 자리에 앉더니 장장 한 시간을 넘게 자신의 개인사를 이야기했다.

처음엔 저런 개인사를 왜 이야기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양에서 흔히 있던 상황인 아시아 여자를 꼬셔보려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분이 먼저고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열게 되면 그다음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순서라고나 할까. 좀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빨간 지붕은 곧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의 첫인상

항공기 착륙 이전부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면 바로 빨간색 지붕이다. 현지에서 한국 KOTRA에서 근무하는 오즈렌에게 물어보니 “글세, 특별히 지붕 색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우린 전부 빨간색을 써왔어. 최근 블랙이나 가끔 다른 컬러를 쓰기도 하지만 말이지”라며 특별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

유럽의 빨간 지붕을 본 박정희 대통령이 상공에서 본모습이 너무 예뻐서 우리나라도 모두 빨간색 지붕으로 바꾸라고 했다는데 빨간 지붕의 원조는 아무래도 크로아티아 같다.

제2의 로마를 보고 싶다면 크로아티아로

로마 제국 당시 남부 슬라비아 지방인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까지 내려왔고 로마의 상징인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의 축소판을 볼 수 있는 곳은 크로아티아 풀라 Pula라는 곳이다. Pula의 원형경기장에서 크로아티아의 상징인 넥타이를 원형경기장에 둘러 이벤트를 할 정도로 넥타이의 원조는 크로아티아다.

넥타이의 원조 국가

넥타이의 원조국가라니. 도착해서야 알았다. 크로아티아의 어원인 Cravata를 딴 넥타이 브랜드도 있고 거대 넥타이를 조형물 삼아 간판으로 건 곳이 눈에 띄었다. 나폴레옹 시대 크로아티아에서 착출한 남자들이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는데 이를 보고 프랑스에서도 멋있다고 생각해 따라 매기 시작했는데 지금의 넥타이 원조이다. 스카프 형식이 차츰 변해 넓은 면적에서 점점 좁은 면적으로 세련되게 변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풀라 로마 원형 경기장 아레나 Arena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넥타이 행사가 2003년 10월 18일에 30년간의 전쟁(1618-1648) 동안 프랑스 참전 용사가 되어야 했던 크로아티아의 젊은 청년들을 기리기 위해 열렸다. 그 당시 크라바트를 매고 참전했던 것을 보고 프랑스에서 따라 매기 시작한 것이 넥타이의 원조가 되었다. 크라바트 넥타이 숍에서 얻은 포스트 카드로 그때 상황을 대신 전한다.



Sibenik, 시베닉

Sea organ 바다 오르간
그동안 이런 것을 홍보하지 않고 왜 방치해 뒀을까 싶을 정도로 대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곳이 바로 Sibenik이다. 파도가 없기로 유명한 곳이 크로아티아인데 파도가 있는 오전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는 파도가 치면 계단에 앉은 사람들이 음률로 변환된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주의 오름에 올랐을 때처럼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자연을 느끼며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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