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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Dec 03. 2018

인문학책 (2) 500페이지 책 읽기-나미야 잡화점의

실화였으면 하는 감동 소설

베스트셀러보다는 조금 묻혀 있는 책을 좋아하던 습관 덕분에 ‘카카오 페이지 올라온 [체험판] 통해 앞부분을 읽게 되었다. 물론 나중에 알고보니 베스트셀러였지만. 흥미진진하게 읽고    고민에 빠졌다.
책을  것인가?  것인가?

그렇게 약 두 달 남짓 흘렀다. 지난주 회사 동료와 함께 퇴근길에 서점에 함께 들렀다 서로 책을 골라 만나기로 했는데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직장 동료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사겠다며 책을 들고 있었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요즘의 나는 책을 모으지 않고, 최대한 이북e-book, 또는 서점 가서 읽으려고 애쓰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책값을 반씩 내자고 제안했지만, 동료는 책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자신의 신조로 책을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어떻게 하지?
“책 읽는데 얼마나 걸리세요?”
“하루면 충분할 것 같아요.”

그렇게 계산된 책은 바로 나에게 왔다.
책을 싸고 있던 커버는 아껴야 한다고 해서 껍질을 벗긴 속내 양장본이 나에게 주어졌다. 아니 빌렸다고 하는 게 맞다.

체험판에서 읽은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났기에 그 후부터 읽기 시작했다.

초집중력을 발휘하게 하는 작가의 문장력. 이런 작가는 타고나는 것인가? 글솜씨에 부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스토리 전개에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책장을 넘겼다.

맞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단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결국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알게 된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사람과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루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데 같은 스토리 구조다.
게다가 뭐랄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우편함. 이 내용은 영화 <시월애>를 많이 닮아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미야 잡화점에서의 시간은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고 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 포스터


영화 <시월애> 포스터

작가는 ‘나미야' 씨의 입을 통해 말한다. 모두 어떻게 할지 이미 결정했지만 이를 지지해줄 사람이 필요한 거라고.

세상에 홀로 나왔지만, 내 곁의 가족, 친구, 선생님도 좋지만 가끔 나를 전혀 모르는 ‘아무개'의 조언이 때로는 가감 없이 고려될 때가 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는 잘 사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저마다의 고민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

이 모습 자체가 내가 삶에 대해 진지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나미야' 씨의 사랑을 이루지 못해 그는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게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새벽이다. 약 500페이지.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흡입력이 좋은 작가인데 그동안 왜 몰랐을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만화책조차 읽기 싫어했다는 작가의 어린 시절. 그래서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글을 쉽게 쓴다고 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나니, 뭔가 마음속 응어리가 하늘로 증발해버린 느낌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의 폐단으로 지적되는 디지털 피로인가.
책장을 넘기며, 양장본의 빨간 커버를 쥐고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분은 모처럼 색다르다.


책을 읽은 후 검색해 보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영화로도 나왔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yQV7vBoPNo 
영화가 흥행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역시 원작의 인기처럼 만들기는 어려운가. 그래도 꼭 봐야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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