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하는 사람들과 두 시간 '탄'하다
요즘 한국 내에서 모임 트렌드는 더 이상 코리안 타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 맞춰 온 사람들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는 것. 무엇이든 정하고 난 후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차이나탄 강북 독서 모임 2기를 열었다.
“250페이지 이내의 한정된(?) 장수에서 중국에 대한 핵인싸가 보이는 내용을 함축해서 다 담았다는 점에서 작가의 통찰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알 수 있었어요”라고 말문을 연 지성언 리더.
조금 급하게 읽기는 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걸 이렇게 요약하려면 얼마나 많은 책과 경험치가 있는 것이지!’라고 감탄해 마지않았던 나의 생각과 비슷했다.
핵 인플루언서 또는 셀럽 친구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니고 타이완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들었을 뿐인데 알고 보니 알부자이지 셀럽 수준이었다고 개인의 경험담을 꺼낸 신아 통쉐의 일화에 적극 동감하면서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시선을 이제는 바꾸려고 노력하는 시도-가령, 중국 여행이나 어학공부, 그리고 이런 독서모임을 통해 하려는-가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타인의 것에 대한 배척과 거리감을 표시하기보다는 -이 또한 중국인들의 꽌시의 척도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자세가 이미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이러다 중국이 원하는 중국의 문화와 언어로 전 세계를 통일시키겠다는 일대일로 전략에 말려드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은 이미 가까운 사이에서 언어가 전파되고 인용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독서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직장에서 또는 나의 학연, 지연, 혈연을 통해 만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마치 브라질에서 마셨던 코코넛에 빨대를 바로 꽂아 마셨던 주스의 새로움이랄까.
-아래 내용은 제가 들었던 내용 중 기억나는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위 이야기는 최근 일대일로 정책을 펼치는 중국을 향한 우리의 견해와 작가의 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들이 밀어붙이는 불도저 같은 저돌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국민 일부(주로 농민공)의 희생쯤은 아무렇지 않게 차별대우를 하는 중국. 통쉐님들의 좋은 의견이 많이 있었지만 메모리와 기억력의 한계로 다 기억은 나지 않는다.
중국 사회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평등이 아닌 계층구조가 좋은데 서로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에 ‘공자’를 내세워 과거 중화문화의 꽃을 다시 피우게 하면서도 역공격 당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농민공은 우리나라의 동남아시아 이주 노동자와 비슷한 입지로 벌레 같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이제는 서서히 정책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뭐든 억제를 하면 반대급부가 부상하기 마련인가? 여성성을 배제했던 과거 혁명적 분위기를 벗어나 여성성을 찾고자 하는 흐름과 한류가 만나 한국 화장품이나 화장법은 급성장하게 되었고, 평등보다는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고 기대려는 성향이 증가하고 있다.
원래 모방의 의미에서 출발한 '모파이'라는 단어가 '산자이'로 변한 것은 모조품이 더 이상 모조품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중국에서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산적들이 머물던 마을을 뜻하던 '산채'를 말하던 단어는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만이 아닌 집단 서명이나 의견을 퍼다 나르면서, 또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또 애국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한 통쉐님의 의견은 중국에 있을 때 다마는 인심 좋은 아줌마. 잘 챙겨주는 아줌마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다마들의 춤추는 행위는 미국이나 타 지역 차이나타운 등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문화 현상이고 이를 존중해주는 쪽으로 사회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보통의 저자들은 홍콩과 타이완의 젊은 세대의 이야기까지 다루는 통찰력을 찾기가 힘든데 이욱연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 점이 책 결말에서 돋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를 불러 그 통찰력을 듣고 싶다.
리더의 챕터별 발제 중 가능한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게 가끔은 지목하기도 가끔은 자발적으로 이야기했던 시간. 알찬 두 시간을 보내니 일상처럼 흘러갈 수 있던 평범한 수요일이 이제는 매달 기다려지는 모임이 되었다. 앞으로 핑계는 줄이고 깊숙한 사고를 할 수 있게 책 읽기의 몰입감을 높여야겠다. 다음 책이 아직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여의도, 광화문, 판교 등 평일 저녁 멀리서 온 독서클럽 멤버들의 열기에 다시 한번 놀라고, 나의 결심과 올해의 목표를 다시 한번 다지고 싶다는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