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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May 01. 2019

오늘 뫼르소를 만났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오늘, 뫼르소를 만났다.
엄마의 사망 소식 전보를 받은 뫼르소.
휴가를 내고 엄마가 머물렀던 요양원으로 간다.
요양원에서 만난 엄마의 친구들.
뫼르소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그 상황이 답답하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아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뫼르소는 갑갑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뫼르소. 엄마의 장례를 치르고 왔지만 과거 연민을 품었던 여자 마리-과거 같은 직장에 근무했었던 타이피스트-와의 우연한 재회는 그의 생식기를 자극한다.

같은 층에 살고 있는 이웃 레이몽이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

뫼르소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엄마가 죽음을 앞두고 느꼈을 법한 느낌을 떠올린다.

-써니의 이방인 재구성
——
첫 모임 : 민정, 선희, 인섭

뫼르소는 누구인가?

인섭 : 뫼르소가 ‘나’인가?
뫼르소의 독백을 따라가다 보니 뫼르소와 비슷한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뫼르소는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직장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리 지사에 가는 걸 제안받기도 할 정도로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있는 인물이죠. 그런데 타인들이 원하는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잣대를 갖다 대고 이런 것에 대해 담담하게 반응하죠.

민정 : 뫼르소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마지막 순간 자신이 원하던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뫼르소가 타인의 시선을 그러니까 도덕적 잣대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스스로 이방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삶에 대한 후회도 많고 아쉬워하는데 그는 오히려 그가 삶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에 원하는 것을 찾아 기꺼이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선희 : 뫼르소는 누구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뫼르소가 가진 성격은 누구나 지닌 측면이지만 그것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타인에 둘러 쌓여 본인의 잣대로 남을 평가(?)한다.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타인을 이방인으로 만든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방인의 측면. 그러나 그 도덕적 가치관, 절대다수에 수긍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타인의 부러움-여기서 부러움은 일반적인 부러움과는 다른 측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을 사기까지 한다.

뫼르소는 결국 죽음을 앞두고 엄마의 삶을 이해했다는 측면에서 그가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한 행동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선희)

주변인들이 그에게 편지 대필을 요청하기도 하고, 그의 친구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감정의 동요가 있었음에도 마음에 둔 마리에게 말을 걸지 못했던 것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스스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이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그는 감정보다는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상대의 행동을 바라보고 묘사하는 것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민정)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한번 읽어보니 그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또는 판단했던 것보다 타인이 자신을 판단하는 텍스트를 통해 그는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보다는 더 나은 인물이었다. 그는 이방이기는 하지만 회사에서는 나름 인정도 받았고-파리로 가라는 제안 등을 고려할 때- 주변 사람들이 그를 향해하는 행동과 말을 보아할 때 꽤나 어울리고 싶어 할 법한 인물이었다.(인섭)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단 몇 건 안 되는 큰 이벤트 가령, 엄마의 죽음, 지극히 욕망에 충실해서 엄마의 죽음과는 전혀 연관성을 짓지 않았던 마리와의 열애, 친구-저녁 한 끼를 함께하며 발전한 관계지만-의 편지를 대필하고, 결국에는 아랍인까지 죽여 사형수가 되어가는 그의 파란만장 스토리는 그의 인생 최대의 이벤트로 등극하며 지극히 평범할 수밖에 없었고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를 일약 주목받는 인물로 급부상시킨다.

소설의 배경은 알제리의 수도 알제이기는 하지만 그가 알제인인지 프랑스인인지에 대해 작가는 언급하지 않는다. 프랑스인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인섭)
그가 총을 다섯 발을 쐈다는 것을 두고 법정에서는 아랍인과 감정적으로 얽혀있는 살인처럼 끌고 가지만 그의 일상을 볼 때 뫼르소는 지극히 주어진 상황에 충실한 인간일 뿐이다. 일종의 태스크 중심형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랍인이 칼로 위협하자 그는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닥쳤고, 결국 그는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최선을 다해 대처한 것이다.(민정, 선희)

콘텍스트를 읽어야 그 사람을 정말 이해할 수 있는 단계로 도입하게 된다는 민정의 의견에 공감하며 다음 작가와 책 추천은 러시아 문학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 물망에 올랐으나 다수의 의견으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선정했다. 이 책 또한 애독서인데 안 읽은 지 오래라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들어야겠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아 독서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나에게 <이방인>은 과거에 몇십 번 읽게 했던, 또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었던 흡입력이 있던 책이었다. 첫 책으로 선정되면서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시각과 의견을 공유하게 되어 퍽 기쁘다. 분량은 가벼울 수 있으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알베르 까뮈의 첫 소설.
우리는 이방인을 덮었지만 모두에게 있을 법한 이방인을 만나고 나누면서 내재되어 있던 이방인의 기질을 다시 한 반 발견했던 자리였다.


[책톡; 책으로 디톡스하다]
4월 29일 모임 : 소설, 이방인, 알베르 까뮈, 약 400페이지
5월 25일 모임 :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약 600페이지
*장편소설 읽기 <카마라조프 가의 형제들>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읽고 7월 또는 8월의 독서 모임에서 리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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