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스타쉔 Jun 04. 2019

아임 식 오브 유

국제커플을 되돌아 보다

“I’M SICK OF YOU”
이제 너에게 싫증났어!

외국인을 사귀다가 외국인 남자 또는 여자들이 한국남녀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인을 사귀어 본 적이 없던 과거에는 설마 다 그러려고? 라는 반문을 했었는데 지금 느끼는 바는 아무래도 문화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글로벌 사회로 도약하다 보니 외국인 남친/여친을 만나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지만 아직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느낌일 수도 있다.


밤 11시. 카카오 보이스톡이 울렸다!

“언니~ 저 한국가요!”
네덜란드 남자와 결혼을 예견했던 S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며 바로 짐을 싸서 공항에서 비행기를 대기중이라고 했다.

아시아권 여자들은 대개 기쎈녀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남자 - 여기 대개 백인 남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 들은 상대적으로 유약해 보인다. 결혼서약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동거하다가 아기를 낳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국가마다 다르지만, 결혼 후 책임질 것이 많은 쪽이 남자이기 때문에 결혼을 쉽사리 하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S가 만나던 네덜란드 남자친구는 IT업계에서 어떤 아이디어로 소위 ‘돈’을 좀 벌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S가 원하는 것을 금전적으로 다 해주려고 했다.
유럽과 한국과의 거리와 시간차로 장거리 연애 약 3개월 만에 S에게 초청비자 - 이 비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동거녀 비자로 5년간 체류할 수 있다 - 를 주고 그녀를 네덜란드로 데리고 갔다.

이 정도쯤 되면 한국에서는 아마도 바로 결혼을 하겠지라고 상상할 법하다.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보면 “전화하고 밥먹고 산책하고 섹스를 나누는 ‘평범한’ 과정을 거쳐 연인이 되고, 또 화내고 싫증내는 역시 ‘예정된’ 코스를 밟아 헤어진다”고 말한다.

일주일 1회씩 만나는 커플과 매일 만나는 커플이 있다면 어느 쪽이 싫증이 빨리 날까?
당연히 매일 만나는 커플일 것이다.

아주 오래 전 하루도 안 만나면 눈에 가시가 돋는 것처럼 굴던 한국 남친이 있었다. 문제는 36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내가 첫 여친이었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 경험도 성숙해야 하는데 36살의 사회 경험과 나이가 무색하게 여친을 대하는 태도는 20살 대학생 새내기였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가르쳐줘야 했던 나는 평강공주가 되기 싫었고, 돈을 쓰는 만큼 나를 소유하려는 태도를 보기 싫어 3개월만에 이별선언을 했다. 3개월이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 데이트는 거의 100일간 한 셈이다.
1주 1회 데이트를 했다면 일년이 지나도 50회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거의 2년치 데이트를 집중으로 한 셈이었고, 빠르게 단점이 보였고 곧 싫증이 났다.



안타까운 부분은 한국남자들은 대화보다는 돈으로 대화를 하려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외국 남자들이 돈보다는 몸으로 대화하려고 한다는 것과는 참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다.

섹스 후 한국 남자의 반응 : 휴지를 던지며(?) 화장실로 간다.
다시 풀어 설명하자면 : 난 사정했으니 뒷처리는 네가 해라.

섹스 후 외국 남자의 반응 : 포옹 후 휴지로 닦아준다.
다시 풀어 설명하자면 : 함께 오르가즘을 느꼈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상황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며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가정한 시나리오다.


외국남자의 경우 여자의 오르가즘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가능하면 TOGETHER함께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남자의 경우 자신의 오르가즘을 위해 혼자 정복하고 내려오면서 여자가 정상에 있었다고 착각한다.


일본 여자 + 한국 남자
내 주위에서 들은 케이스는 두 명. 한국 남자 1은 한국 여자와 다를 것 같아서 일본 여자를 택했는데 한국에서 살다보니 일본 여자도 한국 여자가 되더라고 평을 남기며 뭐 일본어를 쓰는 것 외에는 큰 특별함이 없다고 했다. 그 분은 연령대가 좀 있으신 것으로 보아 기성 세대에 쉽게 젖어든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한국 남자 2는 호주에서 어학연수 중 일본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다가 서로의 집에 인사를 드린 후 바로 결혼에 골인한 케이스. 20대 후반에 만나 30대를 한국에 건너와 살면서 해피 에버 애프터가 된 케이스로 알콩달콩 살고 있다.

독일 여자 + 한국 남자
독일 어학연수를 감행했던 한국 남자는 베를리너가 되어 뼈를 묻겠다며 열심히 독일어 공부를 하고 베를린에서 대학에 들어가면서 독일 여자와의 열애 끝에 한국서 결혼식만 올리고 바로 독일에 가서 정착했다.
독일서 만났던 한 독일 남자 베트남 여자 커플은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정말 눈빛만으로 통해 결혼에 골인 후 베트남 여자가 독일어를 배우는 케이스도 있더라. 정말 케바케다.



한국 여자 + 호주 남자
20대 한국 여자들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닐까. 물론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조금은 유약한(?) 호주남자에게 쎈 한국언니들은 동양의 매력으로 다가간다. 여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도 잘 맞고 우아한 기럭지에 반해 결혼한 한국 여자도 호주 남편과 똑 닮은 아이를 둘 낳아 잘 살고 있다.


연애사는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데 가까이서 보면 환상이 깨질만한 일상이 될 수 있다. 서로의 문화적 온도를 잘 이해하면 동화 속 해피 에버 애프터가 되는게 아닐까.

아직도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나에겐 조금 먼 이야기인듯 보이지만 연애의 시작과 끝은 결혼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