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인가 장백산인가? 長白山/长白山 Chángbáishān 창바이산
백두산의 중국 명칭 ‘장백산 Changbaisan’
북동아시아지역에 자리한 해발 2,744미터의 장백산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 백두산이다. 장백산의 절반은 북한 소속 절반은 중국 소속이어서 한국인이라면 중국을 통한 길만 갈 수 있다. 중국형에 속한 오름 코스는 서쪽과 북쪽이 있는데 현재 동쪽 코스도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몇 년 후에는 그쪽도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연변에서 장백산 입구까지
연변 터미널에서 오전 6시에 모여 1박 2일 현지인 코스-중국인을 상대로 한-로 연변에서 버스로 역 3~4시간가량 이동해 장백산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에 이동해 장백산 서쪽으로 이동하는 코스인데 아무래도 점심이 없다고 해서 가능한 먹을 것을 많이 챙겨가며 12인승 버스에 몸을 실었다. 12인승 버스는 특이하게도 중간 문이 없고 보조석으로만 들어갈 수 있었다.
중국인 4명 일행, 중국 모녀 일행, 그리고 우리 4명이 모여 10명의 단출한 관광객이 모였다. 우리 둘만 중국어를 못 알아들어 가는 내내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던 장가계 출신의 가이드의 설명을 그냥 노랫소리로 흘려들었다. 다행인지 중간의 간단한 단어만 알아들어 내가 멋대로 조합해 해석한 통역에 M은 다행히 무료함을 달래려는 듯 함께 웃어 주었다.
4시간 남짓을 달렸을까. 가는 내내 비가 와 걱정했지만 다행히 비는 개이고 우리는 무사히 장백산 입구에 도착했다. 장백산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는 갈 수 없다는 설명을 들으며 입구에서 서쪽 산행 코스로 이동할 버스를 기다리며 보니 백산수 광고가 눈에 띄었다. 마치 장백산 줄기에서 채취한 물인 듯 광고는 장백산과 백산수의 이름이 교차되며 묘하게 어울렸다.
버스를 타고 이동 후 서쪽 산행 입구에 도착했다. 고도가 높고 바람이 꽤 불어 패딩을 꺼내 입어야 했다. 영상 10도.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다. 다행히 비는 그쳤고 하늘도 맑게 개어 우리는 보이지도 않는 장백산 꼭대기를 보며 한 발씩 옮기기 시작했다. 900개의 계단이 그렇게 힘든 일인지 그리고 왜 백두산은 장노년층에만 인기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계단을 오르려면 젊음과 관절 그리고 호흡의 삼박자가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쉬엄쉬엄 느리지만 우리는 정상을 향해갔다. 천지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 돌이 있는지도 모른 채 온 동네잔치라도 하듯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천지석을 겨우 찾고는 잽싸게 인증샷을 찍었다. 잘 나온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나 여기 왔노라라고 눈도장을 찍는 것에 가까웠다.
천지는 스마트폰에 한 번에 담기에 벅찰 정도로 넓고 또 고요했다. 구름과 바로 맞닿은 과거 활화산의 흔적은 모래 색깔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한라산 정상에 올랐던 것은 10살 무렵이라 도저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한라산의 느낌적인 느낌이 비슷할 지라도 웅장함의 크기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힘들었지만 2시간 남짓 왕복하며 힘들게 걸어서 본 풍경이라서 그런지 뿌듯함이 밀려왔다. 다시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쯤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루 2만 보로 하늘의 숨결을 느껴보다
장백산은 현지 가이드 없이 갈 수 없고 시내와의 거리상 최소 일정이 1박 2일이다. 장백산 서쪽 등반을 마치고 내려온 후 비 때문에 입산을 폐쇄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하늘의 기운이 우리를 향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여행할 때마다 비를 피하기 쉽지 않은데 내 영어 이름이 써니라는 이유 덕분이라며 스스로 홍보하곤 했지만 백두산 일정에서도 퍽 운이 좋았다.
백두산 서쪽 정상을 정복하고 나니 무언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산 중턱 즈음에 자리한 장백 계곡에 들렀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 같이 식사 후 숙소로 향했다.
마지막 집결지에서 중국인 3명이 행방불명되면서 하루 종일 걸은 탓에 지친 몸을 이끌고 계속 사람을 찾은 상황이 발생했다. 장백산은 중각 휴게소가 여러 군데여서 버스를 잘못 타면 다른 곳으로 가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3명 중 연락이 되던 한 사람이 핸드폰을 차에 놓고 내리는 바람에 연락도 안 되고 계곡 한 복판에 사람이 없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 가이드를 비롯해 모두 안절부절못했지만 기적적(?)으로 사람들을 찾아 모두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너무 많이 걸었던 하루인 데다 하루 종일 한 끼도 먹지 못한 탓에 다글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는데 실종사건까지 발생하니 사라진 인원은 고개도 못 들고 찾던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묵묵히 저녁을 먹었다. 너무 고생해서인지 아니면 허기져서인지 그도 아니면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인지 세 공기를 게는 감추듯 해치웠다. 모두 곡기가 들어가면서 안정감을 되찾고 숙소로 이동해 여독을 풀었다.
장백산 등반 1일 차
오전 6시 : 연지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모임
오전 10시 : 장백산 입구 도착 후 버스 갈아탐
오전 11시 : 장백산 등산코스 시작
오후 14시 30분 : 장백산 등산 후 내려온 후 버스 이동
오후 16시 : 장백산 계곡 트레킹
오후 17시 : 다시 모여 식사 이동 예정이었으나 일행 중 3명이 행방불명됨
오후 19시 : 닭과 생선이 혼합된 볶음탕 같은 가마솥에 나온 탕 티에구오둔(铁锅炖, tieguodun)을 다 같이 먹음
오후 20시 : 숙소 이동
장백산 버스로 가는 북쪽 코스
북쪽 코스로 가는 길은 거의 정상 언저리까지 버스로 이동하기에 도보 30분 정도면 충분히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두바이에서 4륜 구동 지프 차량으로 사막을 가로지르며 사막의 모래를 가로지르며 차와 함께 춤을 췄던 -사실은 춤보다는 차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잡이를 꼭 붙들어 매고 있었던- 것처럼 운전기사는 곡예라도 하듯 장백산 북쪽 정상까지 60도 이상으로 보이는 경사로를 따라 질주했다. 너무 정신없이 올라가는 길이어서 중간에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못하고 손잡이만 꼭 잡고 있었는데 대략 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등산 채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캠프같이 생긴 건물들이 높은 산처럼 뾰족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고 중간보다는 정상에 가까운 산 중턱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서쪽보다는 더 트이고 높이 솟은 느낌을 주는 곳, 그렇지만 차로 올라와 자신과의 한계에 도전하며 느꼈던 서쪽보다 쉬이 올라와 백두산을 이렇게 쉽게 봐도 되는 건지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캠프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대기하며 우리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북쪽 코스는 바위가 많아 서쪽보다는 많이 가려진 상태로 보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가이드라인이 제법 가까워 산 정상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 더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천지연에 끼인 안개가 바람이 불자 영화 속 효과처럼 바람과 함께 날아가며 천지와 백두의 모습을 드러냈다.
내려오는 길에 장백폭포에 들렀다 이틀에 걸쳐 무리한 도보 일정에 지쳤는지 모두 남은 일정은 차치하고 단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장백폭포로 가는 길은 500미터 남짓이었지만 다들 피곤한지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었다.
장백폭포는 백두산에 비해 아담한 느낌이 들었는데 에메랄드 빛깔과 산세가 무척 잘 어우러져 백두산 여정을 포근하게 마무리했다.
내려오는 길, 단체 버스에 타자마자 장맛비가 쏟아졌는데 난생처음 쌍무지개를 본 날이기도 했다. 왠지 여행의 마무리까지 그간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면서 버스에 몸을 뉘어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