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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Nov 01. 2019

모스크바 국제 여행박람회 2014 MITT

무역업의 기본, 지피지기 백전불태

러시아 박람회, 2014 MITT 

무역업의 기본, 지피지기 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국제공항(Moskva Sheremetyevo International Airport) 세관


초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1988년 88올림픽이 서울에서 개최될 때 러시아의 발레, 피겨스케이트 등의 운동 종목으로 춥지만 뭔가 움직임의 예술이 발달한 나라, 그리고 역사 드라마에서 비춰졌던 쌍자음과 된발음의 강한 어투가 기억이 남는 국가 이미지 외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던 곳이었다. 공항 출국심사가 매우 엄격하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가려면 검문대를 다시 지나가야 한다.

공항에서 내려서 왼쪽편으로 걸어가다 보면 필로티 형태의 2층 붉은색 빌딩을 따라가면 지하로 연결되어 3층 에어로 익스프레스AERO EXPRESS에 다다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짐과 추위로 공항버스 터미널은 촬영하지 못했다. 

도대체 읽을 수 조차 없는 러시아어. 그렇지만 한번 알파벳만 배우면 발음기호 없이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제조회사 해외영업부서로 이직 후 두달 만에 첫 출장으로 가게된 곳이 러시아 모스크바다. 구글링을 열심히 했지만 영문 주소조차 모스크바 내에서 뜨지 않는 상황. 그렇지만 세계여행박람회 MITT가 개최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러시아는 여행이 붐이 되고 있어 회사에서 여행박람회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2013년 7월호

러시아 정보를 찾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IT강국 한국의 위상과 달리 90년대 대학 다니던 시절처럼 진행되었다.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에 작년에 실렸던 러시아 여행정보팁 2페이지 분량과 러시아어 전공 대학생을 소개 받아 간단한 인사법과 필요한 문구 1대1 과외를 받으며 준비했다. 

1대 1 러시아어 과외 학습지

"안녕하세요" zdravstvyte(즈뜨라스뜨부이쩨)
뭔가 쩨쩨하고, 뜨뜨 하는 발음. 된발음의 느낌이 강한 탓인지 추위 탓인지 러시아 사람들의 인상도 말도 무뚝뚝해 보였다. 에어로 익스프레스 매표소 직원조차 영어 한마디를 못 알아 듣는 상황이라 아직 외국 관광객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에어로 익스프레스 AERO EXPRESS 비용

편도 340루블(한화 약 1만원 정도)

왕복은 640루블(약 2만 1천원 정도)

러시아 화폐. RUB 루블

SVO 공항에 오후 5시 40분 도착해 세관 통과 후 에어로 익스프레스 버스로 7시 출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시내에 도착했다. 에어로 익스프레스를 타고 가는 방향으로  오른쪽 뷰가 좋은 편이라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연신 찍었다. 


2014년 3월 16일. 미리 날씨 정보를 열심히 검색했지만 눈이 가득 쌓인 겨울이 연출되고 있었다. 따뜻할 것이라 예상하며 봄옷을 챙겨갔는데, 완전히 얼어버렸다. 한국에 비해 매우 건조한 편으로 수분크림 안 챙겨온 것이 급격히 후회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기내 액체류 반입 금지'여서 모든 액체류는 캐리어로 부쳐야 하니 꼭 명심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가는 길. 유리창에 써 있는 뜻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멋진 전경을 담을 수 있었다.

지하철 내에 영문 표시가 전혀 없어 시간이 된다면 알파벳 읽기는 기본으로 해오는 것이 무척 도움이 된다. 특히, 지하철 방향과 갈아타는 곳에서는 외국인이 영어 없이 찾기 힘든 상황이다. 현지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많이 없었는데, 다행히 영어가 되는 사람 몇 몇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 마지막 갈아탈 때에는 다행히 리트비아에서 온 친구의 도움으로 짐까지 들어주며 노보텔까지 데려다 주어 첫 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지하철 내부가 굉장히 깊고 어둡다.

러시아 하면 '극건조'라고 표현하고 싶다. 너무 수분이 없어 갈증현상이 심하게 일어났다. 물 2리터 이상 매일 마셔줘야 하고 손갈라짐이 심해 피까지 날 정도였다. 대형 건물 예를 들어 쇼핑몰, 엑스포센터 등 들어가는 문마다 검문대가 자리한다.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보이면 패스를 보여달라고 하는데, 없는 경우 돌아가라고 한다. 

지하철 내부. 동행했던 상사분 왈. 지하철을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니냐.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 있어서인지 추위 탓인지 사람들의 얼굴이 밝지 않다. 대부분 금발이어서인지 하나같이 검은 정장 검은 스타킹에 검은 코트를 입고 머리만 금발이다.

지하철 연결 통로. 조금 밝게 했지만 실제로는 어두운 분위기다.

전시장 내에서 "스꼴까 스또잇(얼마냐)?"라고 단도직입해서 묻는 사람들에게 "파이브 헌드레드(500)"를 외쳤지만 손가락 다섯개를 보고 50루블인 줄 아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50루블이면 1500인데, 이것은 거의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수준의 가격이다. 루블은 "루블리" 또는 "루삐"라고 발음한다. 간단한 인사 땡큐 이후 "쓰빠씨바"를 연발하며 고맙다고 하니 꽤 고마워했다. 쓰빠씨바는 너무 많이 써서 발음이 입에 붙었다. 이 두가지 러시아어를 제외하곤 의성어와 고개짓 그리고 바디 랭귀지로 거의 통했다. 그 중 프레젠또? 라며 공짜인 줄 아는 사람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었고, 케이스 안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카메라를 같이 달라고 우기는 사람, 끝까지 흥정하다 결국 가는 사람, 비즈니스 카드를 내밀며 샘플을 공짜로 달라는 사람 등 전시회 첫날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갔다.


택시에 미터기가 달려 있지 않아 가격이 제멋대로인 것, 또 영수증 받기가 힘들다는 부분에서는 과거 우리나라를 연상케 했다. 88올림픽 당시만 해도 외국인이 택시를 타면 부르는게 값이었던 시절처럼 말이다. 


모스크바 노보텔 숙소. 팁은 약 50루블(RUB) 정도 올려 놓고 나갔다.

러시아 팁 문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보를 찾지 못했다. 노보텔 분위기는 모던하고 심플한 분위기여서 지내기 괜찮았지만, 통유리로 되어 있어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2014 MITT 전경. 4일간 약 3만 7천여 명이 다녀갔다. 
2014 MITT 디카팩 전시 부스. 


러시아 경제 수준은 아직 도약단계다. 최근 올림픽 등의 이슈로 러시아 경제 수준이 많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빈부 격차가 큰 편이었다. 특히 디카팩 부스를 방문한 사람 중 상당수가 "쁘레젠또(Present)?"냐고 반문하며 공짜로 가져가려고 한다거나, 가격을 듣고 놀라 그냥 가는 사람도 상당 수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 IT 액세서리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황당했던 것은 방수케이스 - 러시아어로 '봐다스또이스끼 치홀' - 을 판매한다고 했는데, 디스플레이용으로 넣어 놓은 카메라나 아이폰까지 포함한 가격이냐고 물으며 방긋 웃는 모습을 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그 중 상당수는 IT와 카메라에 대한 식견이 놀라웠고, 디카팩 DSLR 방수케이스를 보며 모스크바 어디에서 구매할 수 있는지, 소량 주문이 가능한 지 등을 문의했다. 참고로 모스크바 내에서는 테크노실라와 포토플러스에서 디카팩 제품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고, 구매까지 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사장에게 공짜로 샘플을 가져가야 한다면서 3일 연속 와서 공짜로 달라고 요구했던 한 러시아 남자였다. 그렇지만 그 외에 비즈니스맨 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던 사람도 상당히 있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SVO, Moskva Sheremetyevo International Airport)의 노을

국내 전시회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박람회는 규모, 참가국과 참가자에 따라 많은 분위기가 좌우되기는 하지만 역시 개최국의 분위기도 한 몫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 


- 2014년 쓴 글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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