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계나 중동계의 외모에게 끌리는 이유
육아 교육책을 열심히 읽는 지인 말에 따르면 5살 이하의 어린 시절 기억이 또렷이 난다는 것은 트라우마가 있거나 감정적 아픔이 남아 있기 때문에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어린시절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아버지께서 약주를 한잔하고 들어오신 날이면 -건설분야에서 근무하셔서인지 거의 매일이긴 했다- 술냄새를 풍기시며 턱수염을 내 볼에 비비고는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그게 무척이나 싫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턱수염(Beard)와 콧수염(Mustache)이 난 남자를 유독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다.
그리고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동계 또는 라틴계열의 구릿빛 피부에 콧수염과 턱수염이 함께 있는 외모의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평생 한국에서 교육받고 살다가 어학연수도 서른 살에 일년간 나갔다 온 흔적치고는 어디서 그런 취향이 발생했는지 알 길이 없다.
베를린에 잠시 있을 때 완전 흑인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까만 나머지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있었고 영어와 독일어가 거의 엔트리 레벨(Entry Level)이었던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되기도 했다.
맥주 한잔 마시면서 친구를 만들고자 했던 나의 순진한(?) 의도는 흑인 남자를 오해하게 만들었다.
We are just friends. In Korea, we drink for having fun like a friend.
한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며 그냥 친구일 뿐이라는 말을 열번 정도 했던 것 같다.
나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바이(Bye)한 그 친구는 나만 보면 인사도 없이 피해 다녔다.
알고보니 알제리에서 가장 큰 통신사인지 전화국인지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데이트 보다는 충분히 친구로 지낼 수도 있었는데 언어의 한계로 다시금 영어 공부에 대한 갈등이 몰려온 계기를 만들었다. 4년 뒤 영국과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며 중동계와 라틴계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짝사랑, 첫사랑
You seemed you never had in love.
지인들 말에 따르면 정말 진한 사랑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누군가를 격렬하게 좋아한 적은 있지만 그게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주변에서 자주 노출되는 남자에게 자동으로 호감을 가지는 듯 하다. 만약 성격이나 외모에서 풍기는 취향이 나의 구미를 당긴다면 말이다.
영국에 도착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브라질리언 파티(Brazilan party)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다. 아일랜드(Ireland)에 여행갈 계획이라고 가엘(Gael) -브라질리언으로 호탕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고 플레이보이 기질이 강하지만 순진했던 친구- 에게 이야기 했더니 아일랜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던 로렌스(Lawrence)를 소개시켜줬다.
파티의 분위기 때문인지 한껏 흥이 올라 있던 상태라 우리는 바로 친구가 되어 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낯선 외국 남자와 여행이라니! 여행 계획을 짜야했기에 어학원에서 우리는 거의 매일 점심을 같이 먹고 계획을 짰다.
Sunny you are the best!
항공권과 유스호스텔 등 15박 16일 일정으로 아일랜드 남부 지역 계획을 짜며 출발 전 로렌스가 네가 쵝오!라는 멘트를 날렸다.
유스호스텔은 남녀 구분된 곳으로 선정해서 같이 잘(?) 일은 전혀 없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점심을 만날 같이 먹어서인지 여행을 떠날 즈음 우리는 많이 친해져 있었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정말 멋진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더블린에서는 로렌스의 불알 친구들-한국식 표현을 빌리자면-이 영어 공부 등을 위해 머무르고 있었다-과 일주일간 맥주와 플레이 스테이션에 빠지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정이 들면 보통 감정이 생기는데 외국 남자들은 정이 든다고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 것 같다. 보통 첫 눈에 자신의 타입인지 아닌지에 따라 감정이 생기는 것 같다. 이 또한 개인 경험에 따라 이야기 하는 것이니 객관화시키지는 않았으면 한다.
로렌스는 많은 부분 나의 취향의 남자였다. 외모의 잘생김 보다는 스마트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나에게 법대생 출신에다 자기관리가 아주 철저하고 라틴계열에 콧수염과 턱수염까지 갖춘 이상적인 남자였다. 아마도 그 때부터 더 격렬하게 라틴계열의 외모와 스마트함을 더한 사람에게 끌렸던 것 같다.
어학연수 후 한국에 돌아온 후에 스코틀랜드와 브라질에서 로렌스를 만났지만 과거와 같은 감정이 없어진 것을 보면 아마도 많은 부분 내 취향이었지만 자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감정이 없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돌아온 후부터는 내 취향을 한국에서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소개팅도 많이 해봤지만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마련된 자리가 어색했다. 그렇게 8년 정도 후 해외영업으로 직업을 약간 전향 하면서 외국의 전시회에 참가할 기회가 많이 생기면서 터키, 필리핀 남자 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 장거리 연애는 결혼이라는 종지부를 찍지 않는 이상 오래 지속하기가 힘들다. 1년 3번 데이트를 하고 끝난 터키남, 1년 4번 데이트를 하고 끝난 필리핀남 모두 재회를 하기까지 간극이 너무 컸고 결론을 짓지 않으니 서로 감정 소모가 너무 컸다.
그렇게 두 번의 외국 남자와의 연애 후 내린 결론은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내 취향과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