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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할미 Jul 12. 2024

취업에 도움 안 되는 전공이 뭐 한둘인가

정치외교학과 졸업하면 뭘 해 먹고 사나요?

정치외교학과 졸업하면 뭘 해 먹고 사나요?


90%의 정치외교학과 졸업생들은 이에 답하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치외교학과는 문사철과 다를 바 없는 정말 학문 중의 학문이다. 학사과정 내내 듣는 수업 중 50%는 철학과 역사에 가깝다. 물론 현대 정치의 각종 구조와 외교 전략에 대해서도 배우긴 하지만, 학부 수업의 한계는 거기까지이다.


이런 공부를 4년 동안 하는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하고, 당신이 정당 활동에 열정이 있거나, 정치에 뿌리를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면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구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물론 정치에 뜻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 말단 비서나 정당 청년의원 등 고용 안정과 커리어 발전이 보장되는 '질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 것이다. 결국 외무직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공무원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정외과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방향성이 넒어서 답을 할 수 없다는 것에 가깝다. 공무원 이외에 한 가지 방향성을 추릴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다. 실제로 현재 나의 동기들은 사기업 마케팅 직무부터 영업, 언론인 그리고 구의원까지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심지어 인사팀으로 일했던 나의 첫 직장에서 팀 구성원 대부분이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었으니, 정말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정외과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직업을 구하는 것에 거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외과 공부였지만 적어도 학교 생활 중에서는 나는 그것을 매우 즐겼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유일하게 즐겼던 시간이 확장된 기분이었고, 단 한순간도 전공 공부가 하기 싫고 재미없었던 적이 없었다. 러시아 정치 역사와 정당 구조 따위를 배우는 것이 내 미래의 직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그 부분에 개의치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전공 선택에 후회가 들지 않았다. 그 실용적이지 않은 것만 같은 정보와 지식들이 언젠가는 꼭 단단한 기반이 되어 나의 '직업'이 아닌 '미래'를 지탱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간호학과를 희망하다가 갑자기 생뚱맞은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하게 되었지만, 나의 생각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나의 북극성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나의 전공을 공부하며 보낸 시간들이 언젠가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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