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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할미 Jul 07. 2024

저는 제 직업을 만들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하고 싶은 직업이 딱히 없다면요?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하고 싶은 직업이 딱히 없었다.


간호사라는 꿈에서는 멀어졌지만 어찌 됐든 대학은 가야 했기에 그나마 흥미 있는 전공이 무엇이 있을까 건조하게 고민했다. 게다가 전형적인 한국 학생답게 학교에서 교과목 공부만 한 내게는 그다지 많은 선택지가 있지 않았다. 길지 않은 고민의 끝에 나는 정치/정책/법과 관련된 사회과학대학에 진학하기로 목표했다. 제일 잘하는 과목이 법과정치였고, 그 시간이 제일 즐거웠던 것의 결론일 뿐이었지만 그나마 그 시기에는 유일한 답에 가까웠다.

물론 그저 잠깐의 흥미는 아니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사회와 사람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 싶었었다. 그런 마음은 간호학과를 지망할 때에도, 그것을 포기한 이후에도 여전히 변함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이렇게 추상적인 진로를 그린다면 그나마 흥미 있는 것을 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방향성이 좀 넓은 학과를 진학해 보기로 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사람들과 사회를 위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정말 막연한 기대로 말이다.



"저는 제 직업을 만들 거예요!"


"너는 뭘 하고 싶어?"

그렇게 재수생활을 하던 중, 아주 가끔 만나는 큰 이모부가 나에게 물었다.


"저는 제 직업을 만들 거예요!"

기억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바로 튀어나간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너무나도 대범했던 그 말은 평소에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던 말이었기에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를 때의 당참이란 이렇게 반짝이는 걸까. 그 반짝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 놀랍게 선명해지고 있다. 세상에 없는 직업을 만들겠다던 그 당찬 말은 모호했던 나의 전공 선택과 엄청난 콜라보를 이루며, 정말 내 직업을 만들지 않고서는 안될 길에 들어서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걷고 있는 그 길에 나의 직업은 어디에 있는지 아직 흐릿하지만, 그날의 빛났던 내 눈빛만은 자랑스럽게 여겨봐도 되지 않을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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