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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왔다! 가을을 수놓은 패션 축제를 가다

by 에디터 H

새내기 에디터의 패션코드와 서울패션위크 탐방기

볼거리, 즐길 거리 가득 … 행사장 안팎 참관객 북적

국내 패션 행사 중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패션문화마켓 ‘패션코드’와 ‘서울패션위크’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먼저 이달 6~8일까지 3일 동안 2023 S/S 패션코드가 옛 도화서 터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도화서길 디원(D1)’에서, 이어 11~15일까지 2023 S/S 서울패션위크가 홈그라운드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됐다.


코로나가 무색할 정도로 패션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얼마만이던가.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한 방문객들의 패션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패션코드’, 쇼도 즐기고 오락도 즐기고!

메타버스, 버추얼 휴먼 등 현실 같지만 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이 대세인 요즘, 올 패션코드 2023 S/S는 ‘게임, 패션이 되다(FASHION X GAME)’라는 테마로 글로벌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진행했다. 패션문화에 관심 있는 MZ세대와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패션 축제로 기획됐다고.


그래서 첫날 패션쇼에는 블리자드사의 ‘오버워치2’ 캐릭터를 7개의 패션 브랜드(블라써틴, 페노메논시퍼, 나인톤, 키모우이, 방떼, 트리플루트, 더블라디스튜디오)가 새롭게 의상으로 재해석하여 선보이는 콘셉트 패션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과 무대 위 의상은 게임 속 광경을 연상케 했다. 쇼가 끝난 후 네트워킹 파티를 통해 브랜드 및 바이어, 프레스, 패션 관계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


또 테마와 어울리는 콘셉트로 야외 행사장에 오락기를 배치해 방문객들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냈다.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기대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까지. 패션 브랜드 영상이 상영을 볼 수 있는 작은 부스도 볼거리를 제공했다.


EDITOR’S PICK _ 김영후 디자이너 ‘세인트 이고(SAINT EGO)’

남성복 기반으로 정상적 방식과 해체주의를 바탕으로 ‘정돈된 해체주의(Tidy Deconstructivism)’를 지향하고 있는 신진 브랜드로서 디렉터 역할 또한 맡고 있는 김영후 디자이너의 쇼가 기대됐다.


패션코드 쇼장은 지하2층에서 진행, 규모는 DDP 패션쇼장만큼은 넓진 않지만 런웨이가 진행되기에는 수월해 보였다. 쇼장에는 많은 참관객들이 ‘세인트 이고’ 패션쇼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세인트 이고’만의 감성이 담긴 웅장한 음악과 함께 쇼가 시작됐다. 불균형한 실루엣, 컷팅 등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이 신진 디자이너다운 신선함을 주었다. 두상을 모티브로 한 미니백은 기괴하면서 유니크한 느낌을 자아냈고, 빅 사이즈의 베개 토트백은 당장이라도 사고싶을 만큼 독특했다. 김영후 디자이너는 어디서 영감을 고안해냈을까?


“파자마를 베이스로 워크웨어 디테일을 더했다. 잠도 못 자고 계속 일하며 야간 작업을 반복해야만 했다. 이런 모습을 일하는 복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 두가지 모습을 담은 콘셉트의 디자인을 이번 컬렉션에 선보였다. 컬러는 블랙, 화이트, 레드로 구성했다.”


김영후 디자이너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김영후 ‘세인트 이고’ 디자이너>

⎮너무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브랜드 ‘세인트 이고’의 김영후 디자이너가 궁금하다.

"패션을 전공한 후 영국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리암 호지스(Liam Hodges)’에서 두 시즌 정도 함께 했다. 이후 내가 원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남성복 브랜드 ‘세인트 이고’를 준비했다."


⎮주로 어떤 것에서 컨셉 아이디어를 얻나?

"일상 속에서, 또는 리서치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최근 2002년도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을 보았는데 화이트와 블랙, 단색을 통해 느껴지는 저항적인 느낌이 영감이 됐다."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또는 고민됐던 점이 있었다면?

"같은 업계에 계시는 분들이나 다른 업계의 분들이 주시는 조언들을 따라가느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느냐를 두고 고민됐다. 그때마다 일상의 아이디어, 나의 세계관, 그리고 마이유니버스(My Universe)와 연계되는 비주얼 소스를 생각해냈다."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지금,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남고 싶은가?

"키워드로 말하자면 ‘넌센스(Nonse nse)’ ‘발란스(Balance)’를 들고 싶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줄 수 있는 디자인, 발란스에서 ‘-’와 ‘+’를 결합시킨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


⎮이번 패션코드에 참여함으로써 브랜드 성장에 있어 어떤 도움이 될 것 같은가?

"패션쇼를 통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어 좋았고, 쇼케이스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로서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좋은 판로가 되어 앞으로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향후 계획은?

"‘세인트 이고’는 하이엔드 브랜드 지향하며 홀세일을 중점으로 다음 시즌 역시 전개할 예정이다. 이번 쇼는 처음으로 신발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신발 브랜드를 운영 중인 최희영 디자이너와 함께 준비했다. 이번 쇼 결과가 좋아서 다음 시즌 역시 함께 진행할 것 같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컬러와 디테일이 독특했던 신발 역시 현직 신발 디자이너의 손길이 녹아있었다. 패션쇼 엔딩에서 김영후 디자이너와 함께 무대에 선 ‘채널89’의 최희영 디자이너의 한마디도 들어봤다.


"이번 시즌 첫 쇼를 같이 진행하며 쇼 준비부터 김영후 디자이너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다음 시즌에도 같이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신발 브랜드 ‘채널89(Channel89)’는 론칭한 지 1년 정도됐다. 브랜드를 보여줄 곳이 많이 없었는데, 이번 시즌 함께 해보자는 김영후 디자이너의 제안에 저 역시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재능과 패기가 넘치는 두 명의 젊은 청년이 이 짧은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까. 흥미로웠던 ‘세인트 이고’의 이번 컬렉션은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데무 런웨이>
‘서울패션위크’, 기다렸다 런웨이!

서울패션위크는 3년 동안이나 디지털 패션쇼 중심으로 이어오며 일부만 대면으로 진행해 ‘축제’ 분위기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가 드디어 올 가을 전면 현장 패션쇼를 선언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33개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1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패션쇼를 선보였고, 팬데믹 이후 보기 어려웠던 현장 패션쇼. 오래 기다렸던 만큼 이전보다 그 규모는 더 커졌고 볼거리는 다양해졌다. 실내 무대뿐만 아니라 서문을 통해서 DDP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미래로 다리가 런웨이로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다리 공간은 120m에 달하는 최장거리.


박춘무와 송지오, 두 巨匠의 오프닝

서울패션위크의 개막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 인지도와 대중성에서 가장 성공한 것으로 꼽히는 박춘무 디자이너의 ‘데무’ 패션쇼가 열렸다. 지금의 서울패션위크가 있기까지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대외 활동부터 서울패션위크의 전신인 서울컬렉션에 힘을 실은 어른으로서 그의 컬렉션은 진중하고 멋있다.


한복에서 영감을 얻어 저고리, 두루마기, 치마 맞주름 등 디테일을 살리되 시스루, 레이어링 등을 통해 현대 복식으로 재해석한 디자인과 모델의 캣워크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무빙 카메라 로봇까지,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한 무대에 펼쳐 놓은 ‘데무’만의 해석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어 남성컬렉션 개막쇼이자 첫 야외 패션쇼는 송지오 디자이너의 ‘송지오’가 장식했다. 런웨이 관객석만 1,000여 석 이상을 채우는 엄청난 열기로 오랜만에 후끈해진 DDP 현장이었다. 특히 야외 공간을 많이 활용하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상영함으로써 일반 시민들이 함께 서울패션위크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새 얼굴 중에서는 13일 쇼를 연 이성주 디자이너의 ‘성주(SUNG JU)’가 비비드한 컬러 조합, 주름 디테일, 저고리를 모티브로 한 네크라인, 동양적 무드를 자아내는 아방가르드한 의상들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키치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송지오 쇼>
사뭇 다른 분위기의 트레이드쇼

서울패션위크 트레이드쇼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수주 확보, 유통망 확장 및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 도모를 위해 전시가 진행됐다. B2B 수주상담회와 B2C 시민참여로 시간대를 구분해 입장할 수 있었다. 트레이드쇼에는 여성복과 남성복, 잡화 및 주얼리를 포함해 67개 브랜드의 독립 부스가 마련됐고 그 외 86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넓지만 아담한 크기의 부스, 생각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북적이는 패션쇼장에 비해 트레이드쇼 내부는 상당히 차분한 느낌. 오히려 국내외 바이어들이 프라이빗하게 브랜드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프로그램 역시 바이어들을 위한 비즈니스만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 세미나가 진행 중이었다.


패션쇼와 쇼룸 운영을 동시에

서울패션위크 기간, 11~14일까지 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하이서울쇼룸에 입점한 17개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하이서울패션쇼’도 함께 열렸다.


하이서울패션쇼는 네이버 디자이너윈도와 함께 패션쇼 현장에서 송출되는 라이브 방송뿐만 아니라, 서울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유튜버, 인플루언서의 패션쇼 리뷰 기획전, W콘셉트 온라인 특별 기획전 등을 진행해 패션쇼에 참여한 브랜드의 상품을 일반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루트를 마련했다.


디자이너들의 실질적인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쇼 운영과 병행하여 온라인 특별 기획전을 기획한 것.


첫 날 진행한 캐논코리아와 하이서울쇼룸의 협업 패션쇼를 참관했다. 캐논코리아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씨로그’ 론칭을 위해 하이서울쇼룸의 6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협업을 진행했다. 무대 위, 캐주얼하면서 스포티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모델들이 카메라로 서로를 찍어주며 런웨이를 누볐는데, 신선하면서 즐거운 장면이었다.

<하이서울 쇼룸>
<성주 쇼>

둘째 날에는 김태훈 디자이너의 ‘프릭스바이김태훈’과 김봉희 디자이너의 ‘바이제이키스(BYE J KISS)’가 함께 차례로 무대를 펼쳤다. 클래식하면서 중성적인 느낌의 ‘프릭스바이김태훈’과 사랑스럽고 자유분방한 소녀를 연상케 하는 ‘바이제이키스’는 한 무대를 통해 각 브랜드만의 매력 포인트를 잘 표현해냈다.


올 가을, 종로에서 열린 패션코드와 동대문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는 콘텐츠를 반드시 ‘패션’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혹은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한 공간에서 문화를 즐기며 서로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장으로 존재가치를 다져가는 것으로 보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패션문화콘텐츠를 통해 K-패션, K-컬쳐가 세계 속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FashionPost 패션포스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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