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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Oct 12. 2017

어느 계절을 지나가고 있을까

October 2017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가을방학이라던 긴 추석 연휴에 몹시 아팠다. 어린 아가들이 걸린다는 A형간염. 여행을 가지 않는 이런 연휴는 처음이라 이 녀석도 긴장 풀고 무장해제 했구나 생각했다. 덕분인지는 몰라도 실컷 잘 쉬었고, 잘 먹었고 그래서 아프지만 좋았다.


다시 출근을 하려니 별안간 심난하고, 울적하고, 짜증이 나다가 외롭고, 헛헛했다. 단순히 출근이 하기 싫었던 것보다는 이제 선선해 지는 날씨며, 끝나가는 올해며, 그것에 대처하는 내 자세며 어떻게 해야할지를 잘 모르겠어서 일렁였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것쯤은 거뜬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잘 넘길 줄 알았는데. 근거 없는 무한 낙천주의가 필요한 걸까 아님 적당한 현실 포기가 필요한 걸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던 김애란 작가의 책이 머리 속을 맴도는 요즘이다. 주위는 온통 여름을 나는 것 같은데, 나는 어느 계절을 나고 있을까. 누군가에겐 나도 여름을 나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진짜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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