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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Jul 22. 2018

겨울예찬

July 2018


지금 이 순간 '나는 겨울을 사랑한다'는 명제가 단연 참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난 단언컨데 여름을, 더위를 좋아한 순간은 단 1초도 없었다. 지금도 그럴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미 없는 계절을 좋아할리가, 좋아질리가 없다. 온기가 느껴지면 살기가 띠어 지는 이 여름이 좋을리가, 그리울 리가 없다. 더우니까 아무 것도 하기 싫다. 테레비젼도 싫고, 책읽기도 싫고, 노래도 싫고, 눈을 깜박거리기도 싫어서 가아아마아니이이 누워서-그나마 땅바닥은 시원하니까-방충망에 붙은 매미랑 내적대화를 나눈다. 시끄럽다. 그만 울어라. 상황이 이런데 씻고 화장하고 어찌고 이러는건 진짜로 핵싫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가끔 신기루마냥 헛것 보이는 사막이 여기랄까.


반면, 겨울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일단 옆에 누가 있음 팔짱부터 끼게 되는 마법같은 계절 캬. 길거리에서 만나는 붕어빵엔 붕어가 없어도 미소가 지어지고, 버스정류장 앞 오뎅(그렇다 이건 어묵이 아니고 오뎅)국물 한 잔에 옆사람과의 눈맞춤이 수줍지 않고, 둘둘말린 이불같은 롱패딩의 온기에 마음까지 다 녹아버리는 겨울은 휴머니즘의 계절이다. 역시 겨울이 좋다. 아니, 사랑한다.


시간이 스치는 것에 언제나 마음이 아픈 나지만, 지금 이순간 빨리 시간이 지나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하기싫은 여름이여 빨리 안녕, 잘 가, 빨리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버려. 어서 입추가 오고 하루하루가 더 서늘해지길. 순간순간이 더 차갑게 얼어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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