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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Jul 03. 2020

서울경유

July 2020


작년쯤 이런 질문을 받았다.


“넌 아직도 여행이 재밌어?”


어쩐지 나는 이 말을 듣고 웃을 수가 없었다. 왜 묻는 거지. 내가 허세스러워 보였나 혹은, 내가 이러고 연휴마다 다니는 게 정 못 붙이고 싸돌아다니는 것처럼 불쌍해 보였나. 무례하다고 해야 하나. 다음 장으로 넘어가려는데 어쩐지 자꾸 다시 읽어보게 되는 페이지처럼 가슴에 콕하고 박혀버렸다. 내 돈 주고 내 시간 써서 논가는데 너님이 왜 물어보는 거지? 오지랖도 풍년.


퇴근길에 여행사진을 뒤척이길 4달째. 항공권을 찾기는커녕 이미 2개 취소했고 앞으로 하나 더 취소해야 한다.

생각보다 서울 경유가 길어지니 아주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다. 노래방을 갈 수 있나, 공연을 갈 수 있나 예사롭지가 않은 분위기 덕인지 매사에 의욕이 없다.


바야흐로 한국투어를 할 때인 것인가. 손맛이 찐한 전라도 투어가 제격일  듯 해 전주-익산-광주-나주-보성-순천을 돌아 여수까지 훅 한 번 훑어보고 나니 번뜩 나를 혼돈의 카오스로 몰아 놓았던 저 물음에 답할 때가 온 것 같다.


어. 그래 나 아직도 여행이 좋다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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