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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May 08. 2019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 (2012)

나는 될 수 없을 철학자와 늑대


내가 살아 있는 무언가를 키웠던 기억은 매우 짧고 굵게 딱 2번이다.

한 번은 누구나 한번쯤은 키워본다던 병아리. 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삐악거리던 병아리를 구경한 기억밖에 없는데 어느 순간 우리집 베란다에서 삐악삐악 거리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을 못 가 죽었다. 아침에 병아리가 자는 걸 보고 등교를 했는데, 학교에서 돌아오고 보니 자는 병아리가 오간데 없었다. 집이라고 만들어줬던 박스상자도 없었다. 엄마는 사실은 병아리가 자는게 아니라 죽은 것이었다며 아파트 화단에 잘 묻어줬다고 했는데, 나는 어쩐지 서운하고 불쌍해서 다시는 병아리 구경조차 하지 않았다.

두번째는 아빠친구가 잠시 맡겼던 치와와였다. 10일 남짓이었나. 나는 강아지를 안 씻기면 냄새가 그렇게까지 심한 줄 몰랐다. 사실 씻겼는데도 온 사방에 강아지의 비릿한 냄새가 났다. 내 품에 안기면 귀엽고, 마루를 걸어다니는 차분차분한 소리도 듣기 좋았지만 곧 아빠친구가 다시 데리고 간다는게 내심 안심이 되었다. 10일 뒤, 치와와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는데, 이 치와와, 방석에서 한 발도 떼질 않는거다. 들어 올려 차에 태우고 출발하는데 멀어지면서도 뒷 유리창으로 고개돌려 그렁그렁하니 날 보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짠했다. 그 날 이후, 나는 스스로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없는 책임감 없고 무정한 사람이라고 단정지었고,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말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언젠가는 분명히 있을 마음이 식는 순간, 헤어지는 순간을 감당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려 버린 것이다. 온전히 마음을 주고, 온전하게 마음을 받아 주는 반려늑대(무려 늑대다!)를 만났고, 완벽한 신뢰에 기반해 영장류의 아픈 곳을 콕콕 찝어내는 이 책을 써낸 작가가 부럽다. 아마도 나는 이 분야의 감정은 느껴보지 못하겠지.

이 책엔 한 마리의 늑대를, 어쩌면 늑대 중에서도 가장 휴먼프렌들리할지 모르는 늑대로 '우리는 이러한데, 늑대는 이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것 같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아닌가 갸우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우리는 작가와 브레닌의 관계를 통해, 그들이 교류했던 감정과 경험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지 않았나. 속임수와 계략으로 이뤄진 사회적 지능, 순간을 보지 못하는 시간의 피조물인 우리의 모습말이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진일보를 위한 이보후퇴, 이보사색은 매우 좋은 것이다. 결국에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유하면 끝나버리는 목표가 아닌, 대상으로 삼고 향해 나갈 수 있는 가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약물중독보다 더 지독한 행복중독이라지만, 그럼에도 나는 '행복한 삶'을 꿈꾼다. 순간에 만족 할 수 있도록, 나만의 방식으로 '느끼는 것'에 게을러 지지 않아야겠다 생각해본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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