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20
버스의 매력 중 하나는 라디오가 아닐까.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 그래서 요즘엔 아예 멜론보다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한다.
처음에는 그 아침방송 특유의 쾌활함이 과장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근 10년간의 모든 아침을 브라운아이드소울과 이소라와 함께 했으니 당연지사. 한껏 들뜬 목소리와 신나는 음악은 약간 주입식의 작위적 에너지였지만, 이제는 적응이 좀 됐는지 때론 피식 웃을 정도는 된다.
지하철은 전략이다. 이 시간에 문 앞에 딱 붙어 있다면 그냥 장마에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랑 처지가 꼭 같아진다. 앉는 건 이미 포기, 좌석의 중간쯤으로 쏙 들어가야 한다. 양 옆에 남자분들이 서면 밀릴가능성은 더욱 줄어든다.
door to door 50분간의 출근길이 좀 아까운 생각에 작년부터는 e-book도 시작해 제법 읽었다. 소설을 좋아하지만, 장르의 특성상 각 잡고 한자리에 후룩 읽는 게 더 좋아 선호하진 않지만, 그래도 읽고 싶다면 단편으로, 그리고 대부분은 에세이 혹은 평론집을 읽는다. 그러니까 역과 역 사이가 2분이라도 치면 그래도 두 세역에 한 챕터 정도 끝낼 수 있는 비교적 짧은 호흡의 글들. 요즘엔 태도에 관한 글들을 읽고 있는데 정말 뒤통수가 따끔거린다. 역시 나나 잘해야 된다. 남에게 삿대질하기 전에 나부터.
10시 반이면 졸려서 헤롱 거려도 주말에도 6시면 눈이 떠지는 미친 모닝 버드라서 그런가, 부대끼지만 않으면 이런 일상적인 출근길 난 쫌 만족스러움..(변탠가)
앗,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지금 어느 분이 신청했다.
오늘 아침 좋네.
신승훈이 부릅니다. ‘라디오를 켜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