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20
‘퇴근 후에 뭐하세요?’
할 말이 없네. 아니 대충 얼버무려도 되는데, 말문이 막혀버렸다. 더군다나 나 지금 소개팅 중인데.
퇴근 후에 내가 뭘 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책은 주로 주말에 읽고, 글은 출근길에 조금조금, 그리고 또 주말에. 친구들도 주로 주말에 만나고, 그나마 수영하는데, 이놈의 코로나로 열지도 않고, 여행도 주말 혹은 일주일 몰아서. 와 나 진짜 주중에 뭐하지?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고, (야근도 하고,) 집에 와서 자고, 끝. 나만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사는 건가. 꼭 북어채 같네. 좀 심심하기는 했어도, 지루하다거나 지겹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대답 못하는 순간 되게 재미없는 애가 되어버렸다.
진짜 다들 퇴근 후에 뭐 할까?
자꾸 골프 치라는데 다 하라니까 안 하고 싶어. 드럼이나 피아노를 쳐 볼까 싶기도 하고, 그래 인생은 풍류니까. 평생 관심없던 그림 배워볼까도 하는 거 보면 작정했다. 적당히 장비 탓 안 하면서, 지하철 타니까 바리바리 안 싸고 다니면서 시간을 충분히 움직이며 보낼 수 있는 게 필요하다. 누군가 제발 추천 좀, 나 이런건 엄청 수동적이니 누가 좀 끌고 나가 줬으면. 아. 취미를 갖는 것이 이렇게 의무감이 드는 일이었나. 그냥 취미는 사랑이요 이래 버릴걸. 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