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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Jul 13. 2020

태도의 말들, 엄지혜 (2019)

마음을 고요해 줄 태도의 말들

사진은 thanksbooks


여행에서 가장 고된 순간 중의 하나는 공항에 내려 숙소로 찾아가는, 그 새로운 도시의 첫 공간으로 가는 길 같다. 낯설어 잔뜩 긴장은 되었는데,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고, 넋 놓고 즐기기에는 내 짐들 하며 당장이라도 씻어내고 싶은 그 꼬질꼬질 함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상반되는 기분이 든다. 다음날이면 또 즐거워 날뛸 거면서  ‘내가 또 이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하는 약간 구제불능의 내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 그래도 나는 이 시간마저 참 좋다. 잠시 일상을 일시정지시키고, 나만 새로운 세상에 시간 여행자처럼 툭하고 놓이는 일. 잘하는 일을 익숙하게 더 잘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의 낯섦도 두려움 없이 또 능숙하게 해결해 내는 그런 나의 모양새. 이런 게 태도 아닐까.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화는 마음가짐, 도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나는 자세라는 것. 강제하는 것 없이도 그냥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하나의 방향 같은 것.


주기적으로 여행을 가야 리프레시가 되면서 현실-이상의 적절한 발란스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데 여행도 못 가고, 서글퍼 여행사진도 더는 못 넘기니 현실의 나는 어째 더 걍팍해지는 것 같다.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SNS에서 하나의 문장을 만났다.


누군가를 추억할 때 떠오르는 건 실력이 아니고 태도의 말들이었다.


실수하는 것이 싫고, 중언부언 거리는 게 싫어 다소 차갑다는 이야기를 듣는 나로서는 참 뜨끔한 말이었다. 퇴근길에 이 문장의 출처를 찾아, 그렇게 지하철에서 홀린 듯이 이북 구매한 것이 이 책이다.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 아닌 책에서 그 날 그 날의 마인드셋을 새롭게 하는 문장들을 마주했다.



행복감을 자주 느낄 수 있는 재주, 마음의 태도는 어디에서 올까. 자신을 잘 아는 능력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 진심을 곡해 없이 받아 줄 때, 내 선의를 세심하게 읽어 줄 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됐을 때, 나는 행복하다.



어느 누구나 말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이 말이 어느 날 아침에는 콕하고 박혀왔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행복하게 사는 것이요 하고 답하지만 그때마다 행복이 달성 가능한 것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만족이 없다면 어쩌면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목표는 좀 울적하니까. 그래서 나는 어느 날 아침 이 문장에 형광펜을 칠해뒀다. 순간마다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본심을 알아보고 본인의 것도 얼른 꺼내어 보여주는 사람에게,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해서 우물쭈물하는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에게 나는 언제나 그렇듯 그에 걸맞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순간을 맞이할 때 행복하니까.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는 말에 여지없이 공감한다. 좋은 사람이 될수록 좋은 사람이 눈에 많이 보이고, 좋은 사람들 곁에 머무를 수가 있다. 세상은 알록달록한 사람을 주목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구김 없는 담백함을 지닌 사람들이다. 어떤 말을 해도 온화하게 스며드는 착한 눈빛을 지닌 사람, 뭉근하게 다가오는 사람. 오늘도 그런 사람을 찾아 기꺼이 폐를 끼치며 산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결국 이 책은 ‘나를 기억하게 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 강한 물음표를 나에게 안겨 주었다. 내 행복의 기저를 높이고, 타인에 대한 존중을 높일 것. 이미 만인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건 큰 바람이라는 걸 이미 알아버렸다. 그래도 만인에게 ‘썩 괜찮은 사람’으로 남는 건 밑지는 건 아니니까 아직까지 욕심이 나기는 한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 걸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나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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