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20
팔월의 마지막 날. 첫 재택근무를 했다.
남들은 3월부터 했다던 그 재택을 이제서야 시작했다. 물론 생각만큼 불편하지만, 생각보다 집중도 되고, 속도는 느렸지만, 역시나 하루는 빠르게 흘렀다. 무엇보다 기대 이상으로 답답했다. 진짜 답답하다. 쉴 때는 좀 쉬고 싶은데 괜히 바로 대답 없다고 뭐라 할까 싶어 8시간을 꼬박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덥더라도 좀 걷고 싶고, 화는 좀 나더라도 대화를 하고 싶고, 이제 그만 입 좀 다물어줬으면 하는 백색소음마저 좀 들렸으면 싶었다. 역시나 편의와 효율로 모든 것은 이뤄지지 않는구나. 오직 대면 커뮤니케이션만이 해결해 내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끼며 이렇게 나는 또 I가 아닌 ‘E’ 임을 확인한다.
요즘 아무것에도 집중이 잘 안된다. 뭘 하다가도 덜컥 눈치가 보이면 손이 멈춰지고, 다시 쥐어지지가 않는다.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못하고 싶지 않은 게 더 강할 뿐인데 주위에서 내려놓아야 한다느니, 대충 해도 된다느니 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나를, 다른 사람을 괴롭혔나 보다.
일주일이다. 자의 반 타의 반 거리두기를 해야만 하는 이 시기에, 노트북만 끄면 바로 업무 종료(퇴근이 아니라)가 되는 집에서 이너피스를 구축해봐야겠다.
모처럼의 출근길에는 가을이 제법 와 있을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