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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Nov 10. 2020

어느 술자리의 끝에서

November 2020

퇴근 후에 사적인 모임은 전혀 만들지도 않고, 잘 가지도 않는 타입이다. 혹자는 이런 나에게 의외라고 하기도 하고, 이해된다고 하기도 하면서도 싫어도 가 버릇해야한다고 조언을 주기도 하지만 난 그런 자리들이 좀 거리끼다. 공이든 사든 같이 장단을 맞추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일이 어렵지 않고, 심지어 재미도 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거의 모든 길에 내가 잘못한건 없는지 복기하는 일이 좀 무섭다. 남의 실수를 보는 것도 싫고, 내가 실수하는 것은 더더욱 싫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술을 마셔야만 할 수 있는 얘기들은 아예 하지 않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는 터라 곱씹을 거리를 만들지 말자는 주의. 그리고 이말 저말 나도는 것도 무섭고.


그래도 요 근래처럼 시덥지 않은 얘기로 깔깔거렸던 기분 좋을 때면 괜히 입맛이 다셔지시도 한다. 피한다고 피할수도, 다 피해지지도 않는 것들에 마음을 너무 닫았나.


어느 모습이 나 인지를 잘 모르겠고, 어딜 맞춰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럴수록 그냥 나의 몸을 일상 속 리듬에 맞겨 다시 한 번 복세편살 나씨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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