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21
나이가 나이인 탓인지, 요즘엔 동생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잦다. 친구들은 보통 육아에 맞춰져 있는 어나더 (혹은 넥스트) 라운드에 있는터라 이 시국에 보기도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대화의 주제 자체도 살짝 각도가 기울어져 있다.
쏘 왓, 이 주말엔 장마에도 못 맞아본 비싸대기를 맞으며 오랜만에 좋아하는 동생들을 만났다. 지칭어가 아직은 후배라는 말이 더 편하기도 하겠다. 동생이라니 약간 낯간지럽기도. 난 학교 다닐 때도 그리 유들유들 사근사근한 선배는 아니었어서, 근처는 오도 않고 데면데면 일 년에 말 두 마디나 섞는 후배들이었지. 그러다 캠퍼스의 단물이 다 빠지고, 조직의 비린 맛에 정신 번쩍일 때 엉겁결에 만나게 됐다. 나도, 그들도 변한 탓에 모두가 '그 50 몇 기?' 하는 그 후배들이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졌다.
별 얘기도 안 한다. 그냥 사는 얘기. 과거도 미래도 없는 현재 시점의 현재 시재의 잡다한 이야기다. 집을, 그 주식을, 코인을 샀어야 했는데 식의 should have pp(그때 입덕을 했어야 했는데는 제외)도 없고, 굳이 낙관적으로 미래를 점치지도 않는다. 먼저 말하지 않으면 따져 묻지도 않고, 선을 잘 넘지도 않고 넘으려 하지도 않는그냥 이런 게 난 너무 좋다. 취향이 비슷한 덕인지, 그들의 생각이나 단어 하나에 공감도 많이 되고, 이들의 열정에 도리어 내가 많이 배우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냥 이렇게 앉아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게 뭐라고 또 오래 지키고 싶고 그렇고 싶고 난리람.
예전엔 이들을 만나고 오는 길엔 마음 저 쪽이 꽉 차올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스러운 멋진 선배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이제는 단단한 언니가 되어야지 생각하게 됐다. 의논할 수 있고, 위안을 줄 수 있는 그냥 좋은 언니.
밥 한 끼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커피 한 잔이 너무 따뜻해서 또 다짐만 늘었다. ㅎ ㅏ 이렇게 사소한 걸 좋아하는 난데말이야, 이 세상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