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21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읽고 쓰는 데에 있어 자부할 만한 근면함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지난 몇 년의 습관적 노력이 무색하게 단상만이 스치고, 집중하여 글을 읽어내지 못한다. 그래도 내가 왜 이러지 조바심에 기인한 채근질보다 그냥 그럴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그동안의 독서로 마음의 1평이 생긴 걸까, 모르겠고 지치고 늙어버린 걸까.
1)
성질이 급해 영상을 쭉 보는 걸 잘하지 못하는 관계로 유튜브는 흥미가 전혀 없었는데, 코로나 덕분인지 플레이리스트 추천과 공연 실황을 보는 게 좋아 이제야 프리미엄 가입을 했다. 한 번은 출근길에 콜드플레이 공연을 보다가 짝다리로 박자타고 있었는데, 내릴 때 보니 내 앞에 옆 부서 후배가 앉아 있었다는.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 좀 잡아가세요.
2)
넷플릭스는 끼고 산다.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현실과 가끔 착각하기도 한다. 노래에선 가사가 으뜸이듯, 드라마는 대사가 최고이며, 스토리 없이 얼굴과 패션 등으로만 소구 하는 건 질색팔색이다. 올해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고 있는 게 하나의 스킵도 없이 시즌 11까지 순항중. 볼 때마다 시애틀에 가고 싶다. 내가 왜 이걸 지금 봐서 고통받고 있을까. 왜 도대체 왜 때문에!
3)
지하철보다 버스가 좋아졌다. 압도적이었던 정시성에 대한 집착이 밖을 마냥 보고 싶은 내 욕구까지는 극복해내진 못했나 보다. 사람은 변하는 게 확실하다.
4)
일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엄청난 아이러니를 겪기도 했는데, 그럴수록 나의 삶과 일을 아주 철저하게 분리해야 함을 느꼈다. 근데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데 MBTI는 과학이다. 리얼 사이언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안 한다고 해서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져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을 낙인찍은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앞으로 갈 수 있다. 착한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니까.
곁을 준 내 주위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사람들이라 스스로도 좋은 사람이 되자고 다짐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수정해야겠다.
지금 나를 지탱하는 건 믿음이니까, 우리가 서로를 믿을 수 있도록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