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21
2월도 고작 29일, 하루가 빠졌을 뿐인데 한 주 정도는 없어진 느낌이더니, 바깥에 몽우리 진 벚꽃을 목격하고 나서야 3월도 다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루하루는 긴데, 한 달은 왜 이렇게 빠른 건지.
춘분에 내린 봄비가 반가운 주말이었다. 찬바람이 뺨을 할퀴진 않는 걸 보니 정말로 봄이다. 10년도 더 전에 노천에서, 외솔-종합 사이 벤치에서, 윤동주시비 앞에서, 중도 미친나무 앞에서, 본관 앞 잔디에서 짜장면을, 탕수육을, 버터 장조림 비빔밥을 먹었을 때도 그리고 다 먹고 나서 쿠키바닐라 버블티를 마셨을 때도 바로 지금 이 날씨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엄마가 춥다고 옷 단단히 입고 가라고 했는데 기어코 가디건을 입고 나가서 오들오들 떨던 그 날씨. 더 전에는 - 이젠 20년 전(!)이 되어 버렸지만- 긴 방학을 끝내고 등교했을 때도 이 냄새가 났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파트의 눅진 시멘트 냄새 일 뿐이었는데, 그땐 땅에서 새싹이 나올 때의 싱그런 냄새인 줄 알았다.
중도에서 시험공부하다가 맛진가서 콩비지를, 털보가서 고갈비를, 신선가서 설렁탕을 아님 신계치라도 먹자고 이야기하다가는 다 됐고 청경관 까르보나, 공학원 순두부 때리자고 문자 보내던 그때가 그립다. 적어도 그때는 순간에 품을 들이며 최선을 다했던 순수한 나이지 않았을까 하는 쓸쓸함일지도 모르겠지만.
친구들한테 카톡 말고 문자를 보내봐야겠다.
오늘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