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21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소스라치게 게을러터졌던 몇 달이었다. 게을러 터지다못해 게을러 퍼졌다.
본디 더위에 취약하고 여름볕 3초면 태닝이 완료되는 체질이라 born to be 여름hater지만, 이상하리만큼 매미소리는 참 좋다.
특히, 여름 새벽녘에 불어드는 바람과 그에 간간히 울리는 매미소리는 '아 여름이었다'의 청각화가 아닐까.
우리 집은 고층인 덕분에 매미가 한 번 기를 쓰고 울기 시작하면, 나는 일렁이는 그 소리바다 위에 놓여진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 소리가 내 등 밑에서 마치 파도처럼 밀려오고 멀어질 반복한다. 꼭 파도 위에 누워 있는 모아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는 날이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살 만한 인생'이라는 어구가 떠오르기도 하고, '오늘도 잘 버티자'란 근원모를 풀파워가 생기기도 한다.
아니 그런데 잠자리는 원래 코스모스랑 한 가을 셋트가 아니었나, 왜 이렇게 지금부터 떼 지어 날아다니는거야 증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