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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Feb 05. 2017

사람과 사랑을 믿어보길

February 2017



피카츄동네로 온다는 서른한짤 친구를 데리러 나가면서 서점엘 들렀다. 찐덕찐덕한 더위보다는 볼 빨갛게 에는 추위를 좋아하는 겨울여자라 신나게 걷고 노래도 듣고 겸사겸사.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런게 사랑의 단상이구나 싶은 와중에 친구가 왔다고 했다. 허겁지겁 책을 덮으려다가 본 마지막 장이 너무나도 인상적이라 기억하기 위해 이 곳에 옮겨와 본다.


영화 '마이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 에서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며칠간 사람들을 믿지 말라고 배웠는데 나, 실패한게 기뻐'라고.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배워 가는 것은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사랑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사람이 사랑과 같은 건 줄 알았다. 그래서 사랑도 믿지 않았다. 그녀의 말처럼 삶은 늘 우리가 불신하도록 부추기는 시험장. 나는 우리가 그 테스트에서 늘 실패했으면 좋겠다. 사랑을 믿지 못하게 하는 그 테스트에서. 사람은 변해 가도 사랑은 유효하니 사랑은 믿어보길. 사람은 사라져도 사랑은 계속되니 사랑은 믿어보길. 사람은 믿지 못해도 사랑은 믿어보길. 믿지 못하는 것에 믿음을 걸지 말고, 믿는 것에 믿음을 걸어 보길. (너라는 숲/ 이애경)


나는 모든 것의 답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사랑도 사람이 하는거라 생각하다보니 겁쟁이가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도록 부추기는 시험에서 언제나 늘 실패했으면 좋겠다. 시험은 언제나 좋은 점수로 패스하고 싶지만, 이 시험만큼은 꼭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믿는 것에 믿음을 걸어보라니 나는 다시 사람을 믿어야겠다. 언제부턴가 사람들 앞에서 속을 여미는 못난 내가 되었지만 다시 한 번, 지금 이 순간의 나와 내 옆을 믿는다면 언젠가는 영원하게 유효한 사랑에 대한 믿음도 강해지지 않을까. 따뜻한 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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