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영화는 작년 가족지원센터 프로그램으로 무료관람한 '미니언즈 2'였다. 언젠가부터 극장에 가면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만화영화만 관람했다. 대부분 신작영화는 VOD로 보았다. 어벤저스 시리즈를 넷플릭스로 몰아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론 정말 아쉬움이 남는다.
아바타의 추억
남편이랑 연애할 때 아바타 1 편을 봤다. 무척 길었고 무척 진지했고 무척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영화 보는 내내 아무런 반응이 없는 남편을 보고 '영화가 재미없나?'싶어 눈치를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가 끝나고 물어보니 너무 재밌어서 화면에 집중하느라 옆에 있는 내가 관심 없었을 뿐이었다.
아바타 2편이 나왔다. 진짜 궁금했다.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 러닝타임이 3시간이란다. 아이들을 어머님께 맡겨볼까 싶었는데 주말마다 시간이 안 맞았다. 미루고 미루다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다.
엄마아빠가 영화데이트 할 동안 아이들에겐 게임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엄마아빠 눈치 안 보고 게임할 생각에 신났다. "엄마, 아빠 잘 갔다 와!" 하며 현관까지 배웅해 주었다.
오랜만에 영화관
영화관에 가면 팝콘 냄새가 주는 설렘이 있다. 영화관이 있는 건물 1층에 들어설 때부터 마음이 살랑살랑 행복했다.
영화값이 참 많이 올랐다. 조조영화 4천 원에 보던 기억은 도대체 몇 년 전인거지? 나도 옛날사람인가. 남편이 회사에서 받은 문화상품권과 첫째가 학교에서 상으로 받은 문화상품권을 쓰기로 했다. 영화표를 거의 공짜로 구입해서 그런가 괜히 더 신났다.
팝콘세트도 거의 영화표값만큼 비쌌다. 문화생활도 참 돈이 많이 드는구나. 애들 떼놓고 나와서 이런 호사를 누려도 괜찮을까. 아이들에게 영화 시작 전 전화를 걸었다. 이놈들, 내 전화를 안 받는다...
3시간 집중
영화관람을 시작했다. (살짝 스포) 주인공은 결혼을 했고 아빠가 되었다. 앞부분에서 몇 년의 세월을 구구절절 소개할 때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 빼고 아내와 데이트도 즐긴다.'며 주인공 부부는 익룡(?) 같은 새를 타고 날아간다. 헉 마침 우리 부부도 아이들 빼고 영화 데이트 왔는데. 남편이랑 잡고 있던 손을 꽉 잡아본다. 이야! 마치 주인공이랑 맘이 통한 것 같았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 아이들이 궁금한 걸 질문해 대서 답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남편과 맥주 한 잔 마시며 영화를 보려면 안주 준비로 더 정신없다. 아주 간만에 영화관에서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3D라 생동감이 넘쳤다. 화장실 가고 싶을까 봐 팝콘이랑 음료도 남편에게 다 양보하고 오롯이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데이트를 떠나서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 정말 행복한 3시간이었다.
커플이 부부가 되고 애틋함이 가족애가 되었다. 동갑내기 부부라 더 친구같이 지내고 있지만 오랜만에 영화데이트로 알콩달콩 설렘을 되살려본다.
그런데 애들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내 전화를 안 받았다. 이놈들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