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의 오늘 11
또 아팠다
그래서 또 슬펐다
계속 이렇게 아프면서 나이를 먹는다
계속 이렇게 아프면서 늙어간다
새로움은 없이 낡아져 가는 시간을
오롯이 견뎌내는 나와 마주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병원에서 지어온 약을 먹기 위해 밥을 먹었다. 그리고 계획에는 없었던 쉬는 시간을 허락했다. 하루 이틀이면 나아졌는데...... 사흘, 나흘이 지나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링거를 맞아, 한 번 가지고 안되더라. 두 번도 맞고 안되면 세 번, 네 번...... 나아질 때까지 맞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링거를 꽂았다. 그리고 약을 먹기 위한 밥상을 차렸다. 최소한의 활동만 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나의 몸아, 내가 뭘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아픈 시간을 즐겨야 하니.’
접시를 헹구는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비웃음이 흘렀다. 속삭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잘 해봐. 파이팅!’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열어 일정표를 보았다. 빼곡한 일정들.
다음 주의 일정 가운데 약속 하나만 남겨 두고 모두 취소했다. 남은 하나는 주말을 지나고 결정하기로 했다.
욕심이다. 덜어내고 비워야 한다. 순서를 정해야 한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것의 경계를 정해야 한다.
타협할 시간이다.
당장 해야 할 것 : 운동
하지 말아야 할 것 : 일
하고 싶은 것 : 여행
......
정했다.
지금 하는 일은 조만간 정리하는 쪽으로. 그리고 체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놀기로.
“엄만, 넘 열심히 살아. 그러지마, 그럼 또 아파!”
딸의 걱정을 새겨듣기로 했다.
넘 열심히 살지 않기로. 또 아프지 않기로. 그리고 잘 놀아보기로.
그래서 죽음과 마주했을 때 후회하지 않기로.
더는 가라앉아 있지 않기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로를 청소하는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의 하루가 말한다.
“오늘도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