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의 오늘 4
일등이다.
아무도 오지 않은 직장. 번호키를 열고 들어가면서 배전판에서 필요한 스위치를 켠다. 잠자는 아기들을 깨운 듯 기계음들이 들린다.
겨울로 향하는 새벽은 어둡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올라가는 2층 계단은 유난히 어둡다. 누군가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어두운 계단을 오를 때 무섭지 않나요?”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라고 대답했다. 사실 사람이 있는 게 더 섬득할 때가 있지 않을까.
탈의실 문을 열자 자동으로 켜지는 등이 반짝하고 켜진다.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 각자의 체취를 남겨 놓고 간 공간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냄새가 배어 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챙겨온 삶은 계란과 당근 주스를 먹는다. 옮기기 전 직장에서 새벽을 같이 맞이했던 선배가 알려준 루틴이다. “아침에는 단백질을 먹어야 몸에 좋대!” 선배가 챙겨서 준 계란을 이제는 내가 갖고 온다. 선배는 잘 지내고 있겠지. 다른 곳으로 간다고 얘기했을 때 아쉬워하더니 한동안 날마다 안부 전화를 해주었다.
1층으로 내려와 필요한 불을 더 켠다. 같은 시간 출근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인사한다. 여러 사람 가운데 가장 일을 잘해서 처음부터 눈에 띄던 사람이다. 역시나 필요한 곳의 전원이 켜서 있는지 확인하며 2층으로 올라간다. ‘이 구역의 에이스’라는 별명을 붙여준 건 잘했다.
스케줄표를 확인한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7시나 8시에 출근하던 분인데 출근 시간이 당겨져서 힘들다던 그분이다. 인사를 나누는데 에이스가 내려오며 인사한다. 또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관리자다. 새벽을 여는 사람 4명이 인사를 한다. 밖은 아직도 어둡다. 해가 뜨려면 좀 더 있어야 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맡은 일을 시작한다. 필요한 재료들을 채우며 더 갖고 와야 하는 것들을 챙긴다. 관리자가 오가며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 한 시간 동안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밖은 어느새 동이 터 있다.
서로의 준비 상황을 챙기는 건 일상이다. 또 서로 도우며 일하는 건 팀워크이다.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터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하다 보면 괜한 오해가 생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 듣고 또 듣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속내가 스멀스멀 나온다. 처음엔 꽁꽁 숨겨 두고 보여줄 것 같지 않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결국엔 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일을 맞춰서 해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생겼던 오해도 풀리고 상대방의 말뜻을 알게 된다.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던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일도 재미없어진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
일을 하면 할수록 맞는 말이다. 특히나 사람이 들고나는 일이 많은 지금의 직장에서 더더욱 그렇다. 나이를 먹었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리다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 각자가 경험한 시간 속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