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랑천 ~ 뚝섬한강공원 자전거여행
서울 한강이 거느린 여러 동생 지천 가운데 중랑천은 가장 긴 물줄기다. 서울 외에 경기도 양주시와 의정부시도 지나간다. 더불어 수도권 명산 도봉산·수락산·불암산 사이를 구불구불 흘러가며 탁 트인 하천 경치를 제대로 보여준다. 풍경과 라이딩을 즐기는 서울의 자전거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할만하다.
올해 서울시에서 만든 ‘서울 자전거길 20선' (https://blog.naver.com/2seoulbike/223419259983)에 중랑천은 11코스에 소개된다. 긴 물줄기답게 서울 자전거길 가운데 가장 긴 코스다(17km). 중랑 장미공원이 있는 월릉교에서 뚝섬한강공원까지다. 중랑천은 물론 여울과 생태가 풍성한 합수부 지역, 뚝섬일대 한강풍경까지 감상하며 달릴 수 있다.
서울 자전거길 11코스는 다른 계절에도 좋지만 오뉴월에 꼭 달려보아야 한다. 천변 곳곳에 꽃을 많이 심어 놓은 데다 중랑 장미공원, 광진 장미정원 등 아름답고 향긋한 장미 꽃밭이 이어져서다. 뚝섬한강공원에 닿으면 국제정원박람회까지 열리고 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꽃길의 연속이다.
지하철 6,7호선 태릉입구역이 중랑천과 가깝다. 5번 출구로 나오면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자전거 라이더를 기다리고 있다. 뚝섬한강공원에 있는 지하철 7호선 자양역 2번 출구 앞에도 대여소가 있으니 자전거여행을 마치고 반납하면 되겠다.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는 최고의 경우는 돈이나 성공이 아닌 화창한 날씨가 아닐까 싶다. 요즘같이 햇살 좋은 날, 청명한 하천 길 자전거 산책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하루 종일 본 것이라곤 햇빛과 강물, 꽃뿐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오늘은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고 잘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었다.
중랑 장미공원과 중랑천 둔치, 광진 장미정원을 지나다보면 페달이 절로 멈춰진다. 꽃 대궐, 꽃마차 등 예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천변엔 멋진 조각예술작품도 있어 눈길이 절로 머물고 자전거 라이딩이 즐겁다. 지붕 없는 미술관의 일환으로 서울시에서 진행한 한강 조각 프로젝트 작품들이다.
매년 오월은 중랑구 주민들이 가장 부러워지는 시기다. 초봄에는 아름다운 벚꽃이 피어나는 중랑천 둑길과 둔치에 수만 송이의 장미가 피어난다. 5월의 여왕 장미꽃이 무려 5km의 꽃 터널로 이어지는 국내 최장의 장미꽃 터널이자 서울에서 가장 예쁜 축제가 중랑천변에서 벌어진다. 꽃의 여왕 장미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아름답고 꿈속 같은 터널이다.
빨간색, 흰색, 분홍색,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 장미 등 장미꽃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썸머레이디, 슈터스골드, 슈와르쯔 마돈나, 슈퍼스타··· 품종 이름도 흥미롭고 겹꽃이라 그런지 꽃송이 하나하나가 무척 탐스럽다. ‘중랑 서울장미축제’에 수많은 사람들이 낮밤으로 찾아오면서 인기를 끌자 인터넷 지도에 ‘중랑천 장미터널’이라는 지명이 다 생겼다. 축제기간이 끝난 후에도 장미꽃을 감상하며 장미터널을 산책할 수 있다.
중랑천변을 달리다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싶어 둑길로 들어섰다. 둑길 양편에 도열한 벚나무는 초봄엔 벚꽃의 향연을 보여주고 이맘땐 휴식 같은 그늘을 드리워준다. 여름이 오면 까만 체리열매도 내어주니 벗처럼 느껴지는 벚나무지 싶다. 둑길가 안내판에서 중랑천 장미꽃밭에 담긴 사연을 알게 됐다.
중랑천 둑길은 여름철 장마 때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1970년대 지은 제방이다. 지금처럼 예쁜 장미가 피어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때. 사업이 망하거나 실직한 사람들을 위해 정부에서 공공근로사업을 시작했을 때, 중랑구는 이 사업으로 중랑천 제방에 장미를 심기 시작했다. 당시 중랑구민들의 애환과 땀방울로 비롯된 꽃밭이다.
20여개나 되는 중랑천 다리는 여름날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는 무더위 쉼터다. 중랑천을 건너는 여러 교량 가운데 보행교인 겸재교는 중랑천 전망대를 겸한 다리다. 다리 보행로를 따라 전망 벤치와 함께 머리 위로 그늘역할을 하는 천정을 설치해 쉬어가기 좋다.
중랑천에서 만나는 다리 밑 벤치에 앉아 발아래로 흐르는 물길을 바라보며 ‘물멍’ 하다보면, 남성 장딴지만한 잉어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잉어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몸부림을 치는데, 이는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산란철 잉어들이 알을 수초 밑 물속에 뿌리려는 몸짓이다.
중랑천엔 씨알 굵은 잉어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모래밭이 풍성하고 물가에 수초가 많아 물고기들이 사는데 좋고 2008년부터 낚시를 금지해서 잉어들이 맘껏 살고 있다. 얼마 후 만나는 중랑천과 한강 합수부에서도 수많은 잉어들이 산란을 하기 위해 중랑천으로 오르고 있었다.
조선시대 돌다리 가운데 가장 길었던 살곶이 다리(사적 제160호)와 봄에는 노란색 개나리 산으로 변신하는 응봉산을 바라보며 달리다보면 한강이 나타난다. 외계 우주선이 떠오르는 자벌레 건물(서울 광진구 자양동) 이 이채로운 뚝섬한강공원이다. 영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에 나오는 우주선을 닮은 이채로운 건축물이다. 배고플 땐 순대로도 보이는 이 건축물의 이름이 자벌레로, 자나방의 애벌레라고 한다.
각종 전시회가 열리는 전시관 혹은 갤러리들이 서울엔 참 많지만,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 사진전 순회 전시의 하나인 ‘한강의 재발견’이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 외에 미니 도서관, 실내 정원 등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공간이자 쉼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