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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상류 물길, 전남 담양천~담양호 자전거여행

전남 담양군 담양읍 담양천, 담양호

by 김종성
사진1.jpg 영산강 상류 물길 담양천 여행 /이하 ⓒ김종성

영산강은 전남 담양 북쪽 끝 용추봉에서 발원하여 담양, 광주, 나주, 무안, 목포를 지나 바다로 흘러가는 약 130km의 긴 물줄기다. 한강, 금강, 낙동강과 더불어 한국의 4대강이기도 하다. '호남의 젖줄'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평야를 품고 있는 물줄기다.


영산강 상류 지역인 전남 담양군을 흐르는 물줄기 담양천은 아름답고 정다운 강둑길, 머물고 싶은 관광지, 정겨운 시장과 오일장터 등을 품고 있어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담양댐이 낳은 담양호까지 물줄기가 이어져 있고 천변에 보행로 겸 자전거길이 나있어 자전거여행하기 좋은 물길이다. 담양천에서 담양호까지 거리는 편도 10km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담양군에서 남쪽 광주광역시 방향인 영산강변에도 자전거길이 나있다. 여러 강변 누정(누각+정자)과 습지, 지천인 증암천 등을 달릴 수 있다. 이렇게 자전거 타기 좋은 길목에 동네가 있다 보니 담양군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고 있다.


담양읍사무소(평일)와 담양군청 당직실(주말휴일)가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담양천변에 있는 유명 관광지 관방제림 정문 옆 주차장에 무인 전기 자전거 대여소(유료)도 있다. 자전거에 표시돼 있는 QR코드를 통해 휴대폰에 어플 설치 후 이용하면 된다.

사진3.jpg 주민들의 삶과 자연이 잘 담겨있는 담양천

담양천의 전망 강둑, 관방제


전국의 많은 소(小) 하천을 여행해 보았지만 담양천 만큼 다채로운 풍경과 관광지를 품은 물길은 드물지 싶다. 시골장터의 풍경이 남아있는 오일장을 품고 있는 담양시장, 울창한 대나무숲 죽녹원, 유서 깊은 동네 향교리의 담양향교, 장대한 노거수 나무들이 이어지는 관방제림 숲길 등 영산강 최상류 물줄기 담양천을 사이에 두고 자리하고 있다.


담양천변은 보행로 겸용 자전거길이 넉넉하게 나있어 안전하고 편하게 달릴 수 있다. 천변을 따라 멋지게 서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관광용으로 만든 작은 차 모양의 배가 둥둥 떠다니는 담양천 구경을 하며 지나다보면 하천을 따라 강둑이 길게 나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읍성의 성벽처럼 높이가 있어서 담양천 풍경을 조망하는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26.jpg 담양천을 따라 이어지는 강둑, 관방제

1628년(인조 6) 여름 장마철에 내린 많은 비로 담양천이 넘치면서 하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큰 피해를 당하자 당시 담양부사 성이성이 하천 주변으로 제방을 쌓았다. 이후 ‘관방제’라는 이름이 붙은 오래된 강둑으로 벼슬 관(官), 막을 방(防), 둑 제(堤)로 '나라에서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둑'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폭이 넉넉한 강둑길은 시간이 흐르면서 제방 외에 다른 역할도 하게 된다. 담양 주민들의 이동로와 산책로가 되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자 장터(담양시장)가 열리게 된다. 제방을 보다 튼튼하게 쌓기 위해 심어놓은 나무들이 현대에 들어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66호)이라는 숲길 명소가 되었다. 관방제 끄트머리엔 담양의 또 다른 자랑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31.jpg 새로 단장한 담양시장 상가

담양천변에서 만나는 장터, 국수거리, 관방제림 숲길


관방제 강둑길을 품고 흐르는 영산강 상류 물줄기를 주민들은 담양천이라 하지 않고 '관방천'이라고 부른다. 크고 긴 강이 그렀듯 영산강 또한 지역마다 부르는 강물 이름이 많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영산강변 간이역 극락강역 일대에서는 극락강, 무안군 몽탄역 부근에선 몽탄강으로 불렀다니 흥미롭고 그 유래가 궁금해지는 이름들이다.


담양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아파트나 빌딩이 아니라 담양시장 상가건물이다. 올해 새로 지은 희고 멀끔한 3층 담양시장 건물이 오일장터 둑길가에 전망대처럼 서있다. 상설시장으로 국밥, 팥죽 등 맛집과 베이커리 카페도 갖췄다. 담양시장은 과거 죽공예품과 청죽(靑竹)이 거래되던 죽물시장이 이름 높았다고 한다. 지금은 사라진 죽물(竹物)시장의 흔적이 남아 있어 대나무로 만든 생활제품을 파는 가게와 대나무 공예점도 있다.

사진6.jpg 닷새마다 강둑 위에 펼쳐지는 담양오일장

주말·휴일이나 오일장이 열리는 날엔 담양주민들이 다 온 듯 널찍한 담양시장 건물이 시끌벅적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있는 카페에 올라가면 야외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담양천 일대와 담양읍 동네를 바라보며 커피와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다.


담양시장에는 5일마다 로컬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장터가 펼쳐진다. 시골 오일장터의 정취가 남아있는 정감 있고 볼거리 풍성한 담양오일장이 열린다. 주말 휴일, 매달 2일과 7일이 들어간 오일장날이 오면 담양천변이 사람들로 분주해진다. 하천변 둑길 위 오일장 풍경은 무척 이채롭고 나의 소울 푸드(Soul Food) 천국이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걸 볼 수 있는 투박한 수제 꽈배기와 쑥향이 진하게 나는 쫄깃한 떡, 큰 가마솥에 튀겨내는 통닭,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삶은 옥수수, 토끼와 닭 오리를 파는 가축장까지... 요즘 보기 드문 시골 오일장 풍경에 쉬이 발길을 떼지 못하게 된다.

사진7.jpg 다양한 국수를 맛볼 수 있는 국수거리

예부터 담양오일장, 죽물시장, 우시장 등으로 사람들이 북적였던 담양천변 장터에서 상인과 주민들에게 싸고 편한 먹거리는 국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담양천 국수거리는 50여년이나 되었단다. 열무비빔국수, 멸치국물국수, 죽순닭국수, 대나무국수 등 다양한 국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갓 구운 파전이나 떡갈비 등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인근 광주에서도 오직 이곳 국수만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맛집 실내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야외 평상에 앉아 아름답고 정겨운 담양천 풍경을 바라보며 국수를 먹는다.


담양천 물가에 있는 나무와 숲길은 울창하고 장대해 오랜 세월과 역사를 실감하게 된다. 특히 하천변에 심어놓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담양천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존재다. 메타세쿼이아는 ‘영웅’이라는 뜻을 가진 미국 체로키 인디언 지도자의 이름 ‘세쿼이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체로키 인디언 부족은 ’세쿼이아‘를 영원히 기억하고 추앙하기 위해 자신들의 거주지 인근에 자생하는 수명 3천년 가량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에 ’세쿼이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이 나무가 일 년에 1m식 자란다고 하여 메타세쿼이아라고 부르게 되었다.

사진9.jpg 담양댐이 낳은 드넓은 담양호수

담양천과 이어지는 드넓고 애잔한 담양호수


하천길에는 조각공원도 조성되어 있는데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멋진 건물 한 채가 나타난다. 담빛 예술창고다. 원래 10년 이상 방치되어 있던 미곡 창고를 전시실과 북 카페로 개조한 곳이다.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책들이 카페 중앙을 차지하고 대나무로 만든 파이프 오르간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정면으로 돌아나가자 붉은 벽돌 외관에 적힌 '남송창고'란 글자가 선명하다.


영산강 상류 물줄기 담양천은 영산강 자전거 종주길이 지나가는 곳이다. 시종점인 담양호까지 자전거도로가 잘 나있다. 담양군청이 관광객들을 위해 자전거 무료 대여까지 해줄 정도로 영산강 상류 자전거 코스 풍경은 아름답고 정답다. 자전거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강변 풍경외에 재미있거나 기발한 여행자를 만나는 것이다. 강변 나무에 해먹을 걸어놓고 꿀잠을 즐기는 자전거 여행자가 있었는데 짐받이 가방에 해먹을 넣고 다닌단다.

사진10.jpg 담양호수 전망 쉼터

영산강 상류 맑은 물줄기와 대나무숲, 플라타너스 나무숲 등 그늘 풍성한 나무숲에서 쉬면서 달리다보면 눈이 탁 트이는 너른 담양호가 수고했다는 듯 여행자를 맞이한다. 관광단지와 가마골 청소년야영장, 금성산성 등이 감싸고 있는 담양의 자연관광지이다. 담양호 둘레길은 호수 풍경과 건너편에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추월산 풍경이 한 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가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담양호는 영산강 본류의 가장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영산강의 발원지 용소(龍沼)에서 흘러내린 물을 담양댐에 모아서 만든 호수다. 거대한 인공호수인 담양호가 만들어지면서 담양군 용면 산성리와 청흥리 마을 53가구 3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은 정든 터전을 떠나야했다.


개천을 건너던 섶 다리도, 전설이 깃든 장독바위도, 바쁘게 돌아갔을 정미소도, 술 익는 내음으로 가득했던 양조장도, 수백 년 된 느티나무도 호수가 삼켜버렸다. 거짓말처럼 마을은 물속으로 통째 사라졌다. 담양호가 지어내는 풍광에 애잔함이 묻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사연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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