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신림계곡
서울만큼 복 받은 도시가 또 있을까. 지하철, 버스를 타면 한 시간 안에 크고 작은 산과 강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머물면 도시요 나서면 대자연인 곳이 서울이라 할만하다. 조선 시대 소금강(小金剛)으로 일컬어지던 대한민국의 명산 가운데 하나인 관악산도 지하철을 타고 손쉽게 닿을 수 있는 산이다.
무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악산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불볕더위를 잊게 해주는 피서지로 삼아도 좋은 신림계곡을 품고 있어서다. 신림(新林)이라는 계곡 이름에서 보듯, 울창하고 그늘막 같은 숲이 어우러져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경전철 신림선 관악산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차량 없이도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서울 도심 계곡이다. 자차 이용자는 관악산역 옆에 있는 만남의 광장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도심 속 청정 물놀이 명소, 신림계곡
신림선 관악산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신림계곡의 들머리 관악산 공원이 나온다. 포장도로를 따라 울창한 숲이 펼쳐지고 계곡까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은 무료 셔틀카 ‘너구리 전동카트’를 타고 계곡에 있는 물놀이장과 캠핑장을 오갈 수 있다.
이정표를 따라 신림계곡 쪽으로 내려섰다. 자연의 계곡에 인공의 손길을 더해 계곡을 꾸몄다. 여울을 살려 계곡 물소리가 낭랑해 듣기만 해도 시원하다. 신림계곡은 서울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청정 계곡으로,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관악산에서 흘러 내려온 계곡물은 물살이 세지 않고 수질 또한 매우 맑아 어린아이들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다 보면 멀리 깊은 숲속 계곡에 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물속을 들여다보면 송사리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보일 만큼 깨끗해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계곡가 주변으로 나무 덱, 그늘막, 야외 탁자 등 편의시설도 두루 갖춰 가족 물놀이 장소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키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그늘이 많고, 돗자리나 간이 텐트를 펴기에도 충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다만, 취사는 금지되니 간단한 도시락이나 간식을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관악산 공원 물놀이장과 캠핑숲
신림계곡은 상류와 하류로 나뉘며 수심이 달라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이 각자 취향에 맞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상류 쪽은 청년층과 어르신들이 많고, 하류는 유속이 느리고 얕아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들이 머문다. 단순한 발 담그기를 넘어 공놀이, 튜브 타기, 물고기 채집 등 다양한 놀이가 가능하다.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도 좋지만, 재미있는 놀이기구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바로 인근에 조성된 '관악산 공원 물놀이장'을 추천한다. 이곳에는 워터터널을 시작으로 미끄럼틀, 워터드롭, 거품 수영장 등 다양한 물놀이 기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간이 샤워장, 탈의실 등도 있어서 더욱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8월 말까지 운영하고 입장료는 무료이며 월요일에는 휴장한다.
신림계곡은 옆으로 펼쳐진 울창한 숲 덕분에 ‘캠핑숲’과 ‘모험숲’ 이용이 가능하다. 캠핑숲 안은 나무에 붙어 울어대는 매미들의 합창 소리로 가득하다. 수년간 애벌레로 어두운 땅속에서 지내야 했던 한(?)을 풀어내려는 건지 아니면 이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여름 한두 달임을 아는 건지 울음소리가 유독 맹렬하다. 도심 속에선 짜증을 부르던 매미 소리가 계곡 물소리와 어울려 힘찬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들려온다.
캠핑장에서는 취사 및 불, 전기 등을 사용할 수 없다. 10월까지 매주 주말에는 ‘관악산 계곡 캠핑숲’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1박 2일 동안 숲에 머물며 숲밧줄놀이, 야간곤충탐사, 수서생물관찰 같은 다양한 숲·계곡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관악산 모험숲과 맨발걷기 황톳길
아이들을 위한 ‘관악산 모험숲’도 추천한다. 캠핑숲 옆에 자리한 관악산 모험숲은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집라인 2코스를 포함한 어드벤처 21개 코스로 친환경 이색 스포츠 시설이다. 캠핑숲과 모험숲 체험 신청은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누리집에서 ‘관악산’을 검색하면 된다.
부드러운 촉감을 통해 땅의 기운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사람은 황톳길을 밟으면 된다. 신림계곡을 따라 황톳길이 깔려 있어 걷는 내내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황톳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황토는 원적외선 방사율이 높아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발바닥의 경혈을 자극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입구에 마련된 신발장에 신발을 보관하고, 부드러운 황토의 감촉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걷다 보면 일상에서 쌓인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넉넉한 수압의 세족장과 발을 말릴 수 있는 드라이기까지 준비되어 있어, 맨발 체험 후에도 불편함 없이 다시 신발을 신고 이동할 수 있다.
관악산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나 깊은 골짜기와 험준한 산세로 ‘악’ 소리 나게 어려운 산으로 알려졌지만, 신림계곡을 따라 난 숲길은 예외다. ‘관악산 계곡 나들길’이라는 서울시 테마 산책로로, 신림계곡 상류인 삼거리 약수터까지 약 3.2km의 계곡 숲길이다. 호수공원과 운치 있는 정자 등이 있어, 계곡을 끼고 쉬엄쉬엄 산행을 즐기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