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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Nov 19. 2021

떠나는 가을과 작별하기 좋은, 인천대공원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

호수와 산을 품은 인천대공원/이하 ⓒ김종성

아침·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진 날씨, 늦가을이다. 감기에 걸리면 안 되는 때이기도 하다. 늦가을 전국이 만산홍엽(滿山紅葉)의 풍경으로 들썩이는데 나들이를 못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게 없어서다. 잠시 한 눈 팔면 사라져버리는 짧디 짧은 계절. 우물쭈물하다 가을이 속절없이 떠날까봐, 떠나버린 가을을 아쉬워하며 후회할까봐 걱정된다면 늦가을 여행을 꼭 해볼 일이다.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큰 공원인 인천대공원(남동구 장수동)은 늦가을 여행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위락시설을 최소화하고 자연을 보다 가까이에 둔 휴양공원이다. 아름다운 수목원에서 동물원과 캠핑장, 호수·산·숲을 품은 도심 속 녹지공간으로 공원 이름에 대(大)자가 붙을 만하다. 넓은 공원인 만큼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 가을 느낌이 가득하다. 입장료는 없으며, 인천2호선 전철 인천대공원역이 있어 찾아가기도 좋다.


호수·산·숲을 품은 인천 제일의 공원

자전거 가로수길
단풍 산책길

날씨 화창한 가을날 많은 시민들이 손에 손을 잡고 나들이 왔지만, 2개의 산까지 품은 큰 공원이라 그런지 북적대거나 붐벼 보이지 않았다. 정문 입구로 들어서자 느티나무, 단풍나무 군락이 어우러져 알록달록한 가을빛으로 물든 가로수길이 방문객들의 감탄을 부른다. 세상에 나이가 들고 늙어가면서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나무 밖에 없는 것 같다.


공원 관리소에서 가로수 길에 떨어진 낙엽을 다 쓸지 않고 남겨두어 늦가을 운치를 더하고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에 떨어져 내린 낙엽들에서 들려오는 사각 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고,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낙엽 융단의 푹신함이 걷는 즐거움을 돋운다.


가로수 길은 이 공원의 상징 같은 길로 보행로와 함께 널찍한 자전거길이 나있어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거닐고 있다. 공원안에 1인용에서 4인용까지 다양한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가로수 길은 나무별로 나눠져 있다. 느티나무 벚나무 단풍무 메타세쿼이아 나무길이 계절별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일명 ‘나무터널’이라 하여 봄가을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는 촬영지이기도 하다.


호젓하게 산책하기 좋은 호수 둘레길과 수목원

호수 둘레길
호젓하게 산책하기 좋은 수목원

가로수길을 지나다보면 공원 중앙에 자리한 너른 호수가 반겨준다. 호수 뒤로 울긋불긋 가을 색으로 물든 관모산이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호수 주변 단풍나무와 물억새가 어우러져 산책하기 좋은 둘레길이 이어져 있다. 호숫가 나무 벤치에 앉아 오리들이 떠다니는 잔잔한 호수와 단풍나무를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물멍’에 푹 빠지게 된다. 거닐수록 긴장이 풀리는 둘레길이다. 이 호수는 소래포구를 향해 흘러가는 장수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 좋은 장수천 둑길도 공원에 있다.


호수광장 옆에는 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산책로가 있는데 바로 인천수목원이다. 전체면적 25만㎡(약 77,000평)이며 3개 지구 43개 전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별로 ‘수목원 이음길’이 있을 정도로 넓은 녹색지대다. 낙엽이 깔린 푹신한 흙길이 이어지는 수목원 길을 걷다보면 소나무 전나무 외에 팥배나무 오동나무 말채나무 등 평소에 만나기 힘든 나무들을 만나게 되어 걸음걸음이 즐겁다.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놓아 나무공부를 하게 된다.나뭇잎들이 떨어져 나가서일까,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새들이 쉽게 눈에 띄고 지저귀는 노랫소리가 한결 청명하게 들려온다. 나무 숲 사이로 새어드는 햇살도 단풍마냥 곱다. 인천의 자생식물과 야생화 등 다양한 식물들을 수집보전하고 있어 봄철에 가장 화사하게 변신한다. 나무로 여러 가지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장도 있다.  

동물원
숲속 쉼터

공원 내 백범광장에 가면 관모산과 상아산으로 가는 들머리가 나있다. 각각 약 160미터, 150미터 높이의 산이라 남녀노소 부담 없이 가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길 초입 ‘숲속의 쉼터’에 정자처럼 서있는 은행나무들에 핀 노란 은행잎이 주변을 화사하게 밝혀준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시민들이 앉아 쉬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가을엔 암나무 열매로 인해 냄새나는 나무라 불리며 멸시당하기도 하지만, 무척 부러운 나무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고 늙어가면서 더욱 아름답고 풍성해지는 장수목이어서다. 그 대표적인 나무가 장수동 만의골에 사는 수령 800살의 은행나무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 중이다.


관모산에서 상아산에 이어지는 산길엔 ‘치유의 숲길’이라 이름 지은 참나무숲 잣나무숲 메타세쿼이아 나무숲길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자박자박’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기분이 참 좋다. 오래되고 다채로운 수종의 나무들을 만나며 걷다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나무의 완성은 명목이나 낙락장송이 아니라 수많은 나무가 함께 살아가는 숲이다’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의 말을 떠올려보게 하는 곳이다.

청설모
숲속 싱어

우거진 숲길에서는 귀여운 산새들과 나무를 잘 타는 청설모들도 쉽게 만난다. 다람쥐를 잡아먹는 외래종으로 잘못 알려졌던 청설모의 영어 이름은 Korean Squirrel, 한국 다람쥐로 이 땅에서 오래 살아온 착한 토착동물이다. 관모산 정상에 오르면 인천대공원 일대와 호수 풍경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문득문득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나뭇잎 융단을 길에 드리우며 가을의 절정을 맞고 있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의 머리 위에도 나뭇잎이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오래지않아 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겨울에도 피어 있고 영원히 지지 않는다면 단풍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우리의 짧은 청춘이 안타깝도록 아름다운 것처럼.


관모산은 상아산 외에도 소래산 성주산 거마산까지 산길이 이어져 있다.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천대공원 알프스’라 불리는 인기 있는 산행코스란다. 11월을 일컬어 ‘아직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한다. 인천대공원은 떠나는 가을과 작별하며 거닐기 좋은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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